가지는 마른다
- 작성일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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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는 마른다
이제니
너는 목소리에 울음이 배어 있다
어째서 어째서냐고 나는 묻지 않는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유년을 보냈다고 했다
부모는 오래전에 떠났다고 했다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이 너를 키웠다
주저함이 없지 않았지만 다짐하듯 너는 떠났다
그 언덕을 그 바다를 떠난 이후로도
세상은 온통 언덕과 바다였다
너는 너에게 탄생축하 카드를 보냈다
죽어 두 번 다시 태어나지 말라고
다시 태어난 너는 점점 말라 갔다
슬픔은 액체 같은 것
울고 나면 목이 마른다는 것
성탄일에는 크고 세모난 나무를 샀다
나뭇가지마다 은구슬 금구슬을 매달았다
은구슬 위에는 은 얼굴이
금구슬 위에는 금 얼굴이
밤의 나뭇가지에는 밤의 새들이 앉아 있었다
나뭇가지는 죽으면 천천히 말라 간다고 했다
기억이 너를 이끌지 않아도
너는 점점 더 흙과 가까워졌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이후로도 내내
물관을 가진 가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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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4-07-01
생강 손미 나는 생강처럼 지내 두 마리 물고기가 등이 붙은 모습으로 등을 더듬어 보면 생강처럼 웅크린 아이가 자고 있어 나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음마 음마 물고기처럼 아이는 울고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지려고 파닥거리지 나는 침대 끝에 몸을 말고 누워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아이를 등에 붙이고 침대 끝에 매달려 외계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시는 써? 동료가 물어서 차단했다 나는 검은 방에 누워 빛은 모두 어디로 빠져나갈까 생각하다가 내 흰 피를 마시고 커지는 검은 방에서 깜깜한 곳에서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땅속에서 불룩해지는 생강처럼 매워지는 등에서 점점 자라는 생강처럼 한 곳에 오래 있으면 갇히고 말아
- 관리자
- 2024-07-01
늪 김태경 저 연꽃들 연못 위에 핀 형형색색의 손짓이거든 지키려고 탈출을 멈춰 서던 중이었다 정제된 춤 동선이 어그러지면 안 되지 까만 별은 검은 빗방울 속에서도 빛나야 해 투명해진 작은 말이 파란 문을 되뇌는 동안 소리 없는 외침에 이끌린 건 꽃이 있어서 유일한 길목일 거야 담 밖 아닌 담 안에서 수면을 지나가면 연못 안에 공터가 있다 벽 없는 그곳에서 당신이 웅크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 있었나요 눈웃음에 가려진 침묵의 푸른 눈물 스침은 베고 찌르듯 밝아서 눈부시고 말의 몸이 푸르게 변해 떨어진 비에 아프거나 당신의 눈물샘부터 투명해져 사라지거나··· 연못에 빨려 들어가도 흔적 없거든 출구였거든
- 관리자
- 2024-07-01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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