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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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G
황정은 G _ 말했던가, 나는 사실 F가 아니야. 라고 F가 말했다. _ 그럼 너는 누구냐. 라고 내가 말했다. _ 그게 말이지, F의 손톱을 먹고 사람이 되어버린 생쥐야. 라고 F가 말했다. 우리는 퇴근길에 근처의 ‘오뎅’이라는 바에 들러 정종을 마시고 있었다. 낮부터 눈이 내려서 바깥엔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F도 나도 구두와 바지 밑단이 젖어서 발이 묵직했다. _ 그러면 본래의 F는 뭘 하고 있어. 라고 내가 물었다. _ 손톱을 깎고 있지. 라고 F가 말했다. _ 이것저것 불평하면서 말이야. 어묵 꼬치가 담긴 솥에서 짠 김이 무럭무럭 오르고 있었다. 손가락처럼 길쭉한 것이 ‘가’ 꼬치, 주먹처럼 동글동글한 것이 ‘나’ 꼬치, 파이프처럼 속이 텅 빈 것이 ‘다’ 꼬치. 앞치마를 두른 주인 남자가 우리들의 솥에 꼬치 한 줌과 다시마를 더 넣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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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들의 樂취미들] Kenny G 오타쿠와 소프라노 색소폰 이야기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Kenny G 오타쿠와 소프라노 색소폰 이야기 류성훈 학창 시절, 케니 지(Kenny G)의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카세트테이프 음반을 사서 컴포넌트에 끼워 음악을 듣는 것이 당시 학생들의 몇 안 되는 즐거움이었던 시절. 누나가 사온 ‘광고음악 모음집’이라는 특이한 기획의 카세트를 들으며 놀던 날이 있었다. 그중 어느 유명 청바지 메이커 광고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되었다는 곡을 듣고 나는 그 특유의 소리와 감성에 혼자 전율했다. 나는 그때 그 특별한 색소포니스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국내 대중가요밖에 아는 것이 없던 어린 시절, 나는 그 아티스트의 앨범을 찾아 최초로 음반 가게를 기웃거렸다. 결국 찾아낸 그 곡의 정체는, 케니 지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인 《Montage》(1990년)에 처음 수록된 「Going Hom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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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SF문학(7)-미래소설과 미래세계
G. 웰즈, 미래소설 고전 발표 영국 작가 H. G. 웰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타임머신>은 189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을 일반화시킨 시초가 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타임머신을 타고 80만년 뒤라는 까마득한 미래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가 도착한 미래 세상의 모습은 일만 하는 사람들과 놀고먹기만 하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나뉜 한 편의 악몽 같았지요. 사실 미래소설 작가로서 웰즈가 평가받는 작품은 1933년에 발표한 <다가올 세상의 모습> (사진 오른쪽)으로서, 제목만 보아도 곧 알 수 있듯이 과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색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서기 1929년부터 2106년까지 펼쳐지는 가공의 미래사가 작가의 과학적 엘리트 사상에 기반을 둔 사회진화론적인 줄거리로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