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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시배달 차주일, 「냄새의 소유권」
. ● 출전 : 『현대시학』 2008년 9월호 ● 음악 : 권재욱 ● 애니메이션 : 신문희 ● 프로듀서 : 김태형 식구 가운데 누군가는 씻은 손을 닦고, 누군가는 우는 얼굴을 닦고, 누군가는 젖은 머리카락을 말렸을 수건. 마를 겨를이 별로 없었던, 음지처럼 이끼처럼 축축한 수건. 지하처럼 꿉꿉하고 냄새가 구린 수건. 그리고 그런 수건 같은 집. 그런 수건 한 장을 같이 사용하는 집. 그런 수건 한 장에서 나는 냄새가 소파처럼 눌러 앉은 집. 그런 집에 달라붙은 냄새에 대해 유일하게 소유권을 내세우는 식구들. 그러니 식구는 냄새의 혈맹 아닌지요. 냄새는 몸 밖에 내놓아도 내 몸 아닌지요. 자꾸만 안겨드는. 조용하게 슬픈. 문학집배원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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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문장배달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중에서
-박상륭vs한창훈 대담(문장 웹진 2008년 9월호)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중에서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 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羑里)로도 모인다. 유리에서는 그러나, 가슴에 불을 지피고는, 누구라도 사십 일을 살기가 용이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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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글틴소식 > 알립니다. [알림] 2008년 9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단어는 ‘가을’밖에 없는 것 같군요. 버즘나무 선 밖이 선선합니다. 저 잎들은 연대하지 않습니다. 잎들은 조직하지 않고 구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잎들은 같은 모양으로 바람에 펄럭이며, 같은 빛깔로 비를 맞습니다. 일제히 피어나서 일제히 집니다. 그러므로 잎들의 배후는 빛이고 물이고 바람이며, 잎들의 전략은 자연입니다. 매해 똑같은 모양으로 피어나지만 같은 잎으로 피지 않고, 같은 높이에 피어나되 같은 허공을 점령하지 않는 것. 가을입니다. 그렇게 또 한 발! 늘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문학은 그래서 축복이자 천형이겠지요. 그리하여 역주행의 어지럼증을 해소해 줄 작품들, 박상우, 표명희, 김이정, 윤고은의 소설은 이번호를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만듭니다. 저마다의 진지함과 발랄함으로 관계로 빚은 일상의 안과 밖을 오갑니다. 김사이, 김성규, 유용주, 이수익, 정군칠, 조은, 주영국, 최종천의 시도 마음의 징검다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작가와 작가>란엔 좀체 모시기 힘든 분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소설가 박상륭의 문학 세계를 소설가 한창훈과의 훈담으로 풀어놓습니다.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분이 실은 각별했다니! <문학의 사생활>은 소설가 김이은이 동료 박형서의 ‘거침없이 떠남’을 폭로합니다. 환경 영화로 소외 지역 어린이들을 찾아가는 <맑은지구> 사업을 소개한 김석범의 <문화의 창>도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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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 공지사항 [알림] 2008년 9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단어는 ‘가을’밖에 없는 것 같군요. 버즘나무 선 밖이 선선합니다. 저 잎들은 연대하지 않습니다. 잎들은 조직하지 않고 구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잎들은 같은 모양으로 바람에 펄럭이며, 같은 빛깔로 비를 맞습니다. 일제히 피어나서 일제히 집니다. 그러므로 잎들의 배후는 빛이고 물이고 바람이며, 잎들의 전략은 자연입니다. 매해 똑같은 모양으로 피어나지만 같은 잎으로 피지 않고, 같은 높이에 피어나되 같은 허공을 점령하지 않는 것. 가을입니다. 그렇게 또 한 발! 늘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문학은 그래서 축복이자 천형이겠지요. 그리하여 역주행의 어지럼증을 해소해 줄 작품들, 박상우, 표명희, 김이정, 윤고은의 소설은 이번호를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만듭니다. 저마다의 진지함과 발랄함으로 관계로 빚은 일상의 안과 밖을 오갑니다. 김사이, 김성규, 유용주, 이수익, 정군칠, 조은, 주영국, 최종천의 시도 마음의 징검다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작가와 작가>란엔 좀체 모시기 힘든 분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소설가 박상륭의 문학 세계를 소설가 한창훈과의 훈담으로 풀어놓습니다.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분이 실은 각별했다니! <문학의 사생활>은 소설가 김이은이 동료 박형서의 ‘거침없이 떠남’을 폭로합니다. 환경 영화로 소외 지역 어린이들을 찾아가는 <맑은지구> 사업을 소개한 김석범의 <문화의 창>도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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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소식 > 공지사항 [알림] 2008년 9월호 《문장 웹진》이 발간되었습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단어는 ‘가을’밖에 없는 것 같군요. 버즘나무 선 밖이 선선합니다. 저 잎들은 연대하지 않습니다. 잎들은 조직하지 않고 구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잎들은 같은 모양으로 바람에 펄럭이며, 같은 빛깔로 비를 맞습니다. 일제히 피어나서 일제히 집니다. 그러므로 잎들의 배후는 빛이고 물이고 바람이며, 잎들의 전략은 자연입니다. 매해 똑같은 모양으로 피어나지만 같은 잎으로 피지 않고, 같은 높이에 피어나되 같은 허공을 점령하지 않는 것. 가을입니다. 그렇게 또 한 발! 늘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문학은 그래서 축복이자 천형이겠지요. 그리하여 역주행의 어지럼증을 해소해 줄 작품들, 박상우, 표명희, 김이정, 윤고은의 소설은 이번호를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만듭니다. 저마다의 진지함과 발랄함으로 관계로 빚은 일상의 안과 밖을 오갑니다. 김사이, 김성규, 유용주, 이수익, 정군칠, 조은, 주영국, 최종천의 시도 마음의 징검다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작가와 작가>란엔 좀체 모시기 힘든 분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소설가 박상륭의 문학 세계를 소설가 한창훈과의 훈담으로 풀어놓습니다.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분이 실은 각별했다니! <문학의 사생활>은 소설가 김이은이 동료 박형서의 ‘거침없이 떠남’을 폭로합니다. 환경 영화로 소외 지역 어린이들을 찾아가는 <맑은지구> 사업을 소개한 김석범의 <문화의 창>도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