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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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죽은 선생님의 사회에서 (1)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문동은(송혜교 분)이 계획대로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딸 하예솔(오지율 분)의 담임교사가 되자 복수가 언제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를 기다리느라 초조했고, 가해자들의 삶이 하나씩 망가져 갈 때에는 온 마음으로 기뻤다. 살인, 폭력, 리벤지 포르노 등이 얽힌 그녀의 보복 과정에는 분명 잔혹한 데가 있었지만 이를 즐기는 데 내가 일말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문동은의 복수에 쉽게 동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폭력이 어떻게 행해졌으며 또한 어떻게 방관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각각의 에피소드와 그녀의 몸에 여전히 선명한 상흔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앙갚음을 정당하게 여기게 하는 주요한 요소였지만, 무엇보다 내가 그녀를 지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복수의 와중에도 그녀가 ‘올바른’ 선생님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큼은 진심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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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선생은 피곤하다.
애들한테 장난으로 넘기자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인제 그것도 학교폭력 방관이라고 고소당하게 생겼잖아. 동영상 이선생애들이 뭔 말을 못 하니. 사소한 오해니까 잘 타이르면 마음이 풀릴 거야. 애들을 사랑으로 잘 대해 줘야지. 이선생 아니 수업 시간에 왕자지황 이렇게 이름표 달고 들어오는 애를 어떻게 가르치니? 제정신도 아니고. 그거 기억 안 나? 동영상 이선생뭐? 이선생 초임 때 말야. 어느 날 학부모가 전화해서. 몽둥이 이선생맞아! 수업시간에 화장실 보내지 말라고. 동영상 이선생수업시간에? 아! 몽둥이 이선생어떤 애가 젊은 여자 선생 들어올 때마다 자위행위 한다고. 같은 반 엄마가 수업시간에 화장실 보내지 말라고 전화했잖아. 남자애들은 원래 개념이 없어. 동영상 이선생이건 그거랑 정도가 완전히 다르잖아. 그냥 해프닝인데 뭐. 이선생 지황이가…… 신고한대잖아. 동영상 이선생뭐…… 그것도 다 절차가 있는 거니까. 진짜 그러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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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안전의 방향 (1)
* 드라마 『비밀의 숲 2』2)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경찰 내 집단 괴롭힘, 정관예우, 뇌물비리, 취업비리, 정경유착 등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와 양상은 같지 않지만, 모든 문제는 서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관관계를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여러 종류의 ‘내부’와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위험의 형태들이다. 이를 테면 사진 속 어깨동무한 친구들의 ‘우정 여행’ 안쪽에는 오랜 갈취와 괴롭힘이 있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내부가 외부로 드러나는 순간 오래 곪아온 위험은 타인을 공격하고, 회유와 겁박과 폭력의 연쇄 속에서 위험은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것으로서 실체를 드러낸다. 극의 서사는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그 배면에서 작품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수사권 조정 관련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