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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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하늘의 크기
문득 깨달았다손을 뻗으면 하늘이 다 덮였던 것은사실 하늘이 내 손만해져서 나와 맞닿았기 때문이었단 걸멀어지는 거리만큼 작아지는 것들,그러나 하늘은 멀어질수록 더 커지기만 한다커지고 커지고온 세상을 덮고도 더 커지는그 아득함에 손을 대어 본다새의 날갯짓을 닮은 날카로운 구름이 스친 곳에서하얗게 응고되는 것들에 손을 대어 본다그 작은 손짓에도금방 몸을 굽히는 하늘여전히 손에 들어오는 하늘에내가 널 잘 몰랐구나 하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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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하루
한번 깨진 시간의 형태를 다시 맞추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 떠내려가는 시간을 붙잡아야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할 수 있으리라. 그러기 위해선 시계를 겨냥해야 한다. 시간의 집은 시계니 시계를 조정하면 시간도 움켜쥘 수 있을 것이다. 내 집에는 시계가 세 개 있다. 하나는 벽에 붙은 벽시계, 하나는 손목에 채우는 손목시계, 마지막 하나는 자정이 되면 하루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괘종시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괘종시계지만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벽시계를 먼저 손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는 벽시계를 떼어낸다. 역시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시간이 첫 번째 집을 버렸는지 벽시계의 초침은 아무런 미동이 없다. 맥박이 멈춘 것이다. 나는 탈피한 시간을 잡으러 서둘러 건전지를 찾는다. AAA, AA, AB…… 무엇 하나 맞는 것이 없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벽시계는 수은전지로만 돌아간다는 것을. 오차 없는 내 두뇌에 오류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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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소설 행성도시 에큐메노폴리스
다시 전투 현장에 동원될 확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호버가 타이탄 베이스 전투항공 지구에 도착하자, 아밀레아가 호버에서 내린 대원들과 관계자들을 향해 지시했다. 타이탄 베이스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수백 명이 넘는 부상자들이 바쁘게 의료실로 향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전투 중 크게 파손된 호버들이 굉음을 울리며 어정쩡하게 착륙하고 있었다. 그 위로는 온전한 상태의 전투기나 호버들이 전투현장을 향하여 출격하고 있었다. ‘저렇게 무작정 출동하기만 하면 죽음만 기다릴 뿐이야. 이번 침투자는 단순한 전투기들로 전혀 상대할 수 없어.’루카스가 그 광경을 보며 생각하는 그 시각, 행성 수비대 장관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연합정부가 우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부 측에서 침투자를 잡을 함대를 보냈으니, 괜히 공격하지 말고 침투자가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라는 지시다. 이제 우주 공간에서 함대들이 침투자를 죽일 일만 기다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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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시인수첩 시인수첩 2013년도 가을호
가족의 배를 채워라.”그것이“공동체congregation의 크기 를 거듭 키우는 운동”9)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은 하나로 회귀하는 것이 아 니라 부단한 차이를 발생시키며 달라지는 게 진화의 방향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이 열린 공간에서만, 아니 열린 공간을 조성함으로써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게 인간이든 짐승이든 끊임없이 타자와의 교섭과 교환을 통해서만 자 신의 개체성을 유지하고 보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것은 그 개체성 자체의 끝없는 변모를 동시에 가리킨다. 그 변모를 위해서 생명은 부단 히 타자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실상이 아닐까? 인간만을 특권화 하고 인간 내부의 관계를 오로지‘우리는 하나!’라는 외침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는 예수의 저 ‘사랑’과 ‘희생’의 원리를 다시 물어야 한다. 그 것이 오로지 하나됨을 확정하기 위해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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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시인동네 시인동네 2013년도 가을호
왜냐하면 비에 대한 정서적 감응이 색다른 형상화를 가져오기 어렵 다는 관점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은 역시 비와 관련된 시를 그리 많이 쓰지는 않았다. 비를 노래하는 일이 애상적 분위기와 자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좋지 않다고 볼 수 는 없지만, 고은의 경우는 단순히 사물과 시적 자아의 정서적 공감 및 내면적 풍경의 현현에만 그치고 있지는 않다. 자연에 대한 무한한 외경 〔「폭우를만나」『( 히말라야시편』, 2000)〕, 현실적삶에대한관심과자기반 성의 매개〔「봄비」『( 부끄러움 가득』, 2006)〕, 공동체에 대한 은유〔「밤비 소 리」『( 허공』, 2008)〕혹은현실과역사의문제에대한관심〔「찬비」『( 네눈동 자』, 1988)〕등으로‘비’의 이미지는 자주 변주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은에게 비는 작품의 내적 논리만으로 읽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