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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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늘 벤치에는
하늘 벤치에는 조정권 거북이연립주택 옥상에는 안 쓰는 찬장, 내다버린 장롱, 스티로폼조각, 부서진 싱크대들이 두엄처럼 쌓여져 있다. 오리집도 올라가 있다. 호박밭과 화단도 올라가 있다. 벤치도 올라가 있다. 그 벤치에는 트럼펫 부는 남자가 런닝차림으로 산다. 빈 소주병주위로 흙을 수없이 물어다 나른 빗방울들. 민들레 꽃씨가 날아와 커가다가, 삭아버렸다. 가끔 옥상에 빨래를 내다 거는 남자가 구석에 틀어놓은 수돗물도 보였다. 그 남자는 얼마 전 늦은 밤길에 누런 연탄재의 골을 쏟고 반듯하게 누운 채 실려 나갔다. 채마밭과 새들과 나무들과 지상철(地上鐵)이 먼저 철거를 당했다. 갈 곳 잃은 오리들은 어디론가 날아볼 시간을 두리번거리다 도로 주저앉았다. 오리들은 쭈그러진 나팔을 내밀고 무슨 음표같이 옥상에 모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헐벗은 눈발을 올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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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늘 거울
하늘 거울 김영석 아주 먼 옛날 하늘이 내려와 푸른 호수가 되고 호수는 올라가 푸른 하늘이 되어 마침내 거울이 생겨났다네 그때부터 거울 속에는 새와 물고기가 함께 노니는 그림자가 늘 어른거린다네 그러나 거울은 제 빈 몸을 씻어 그림자를 말끔히 지우고 지운다네 그림자는 거울을 떠나 살 데가 없고 거울은 그림자 없이 살 수가 없어 샘물 같은 그림자 맑게 지우며 날마다 거울은 새 얼굴로 태어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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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별을 죽이다
긴 시간의 터널이 생겨났다 발인 전날 밤에 하늘을 보았다 나 별 없는 하늘 이고 살아왔구나 별 하나 안 보이는 사막의 길을 걸어왔구나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별을 무시하면서 그예 별을 내 마음속에서 죽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