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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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황금동의 죽음
황금동의 죽음 윤지영 등장인물 황영서 (18세) 금여사 (82세) 석자연 (18세) 황금동 (황금동은 개다. 하지만 50세에 가까운 건장한 사람,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강지수 (18세) / 수의사(40대 중반) 1인2역 1. 강둑 개껌을 문 채 유모차 안에 누워 있는 황금동, 몸이 커서 꽉 낀다. 그런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고 있는 황영서, 많이 맞았는지 얼굴이 상처투성이다. 영서석자연이 또 때렸어. 황금동(하품) 영서걔는 항상 가랑이를 벌리고 앉더라. 황금동(관심 있게 듣는다) 영서남자 선생님들 앞에선 더 쫙 벌리고 앉고. 황금동(입 모양만) 오! 영서변태들. 황금동(눈치 보며 다시 개껌을 핥는다) 영서야, 평소엔 벌점이니 뭐니 말도 잘하는 새끼들이 석자연이 가랑이를 벌리고 앉으면 왜 입을 다물까? 자식 같은 애 팬티를 보면서 뭐라도 상상하는 걸까…… 이 자식아! 주인님 말씀하시는데 낑낑이라도 대야 할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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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인의 죽음
시인의 죽음 이현승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하나도 놀라는 눈치가 아니어서 되레 놀라는 방식으로 문자를 본다. 시인이 죽었다. 마른 흙에서 몸을 뒤트는 지렁이가 그렇듯 분별하기 어려운 고통과 쾌락으로 새겨진 한 생이 멈춘 자리 열정에 사로잡힌 병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열정이란 신념에 종사하지 않으므로 시인들은 바람이 고무풍선을 빠져나가듯이 천천히 저 무미의 내를 건너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이란 가장 빛나던 순간으로 기억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보다 몇 배는 더 길고 무의미한 기다림으로 기억되어야 하는가 꽃과 나비가 하는 일에 일생을 바친 사람, 조롱과 멸시를 감당하면서 구원에 대해 말한 사람, 암캐들이나 기웃거리는 수캐마냥 일생 킁킁거린 사람. 열정과 맹목이 저지르는 가장 극심한 이율배반이 개미들이 지금 토막치고 있는 지렁이의 몸에 새겨져 있다. 그러므로 눈이 퇴화된 동물처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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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떤 죽음
어떤 죽음 하상만 먼 친척 중에 머구리 * 가 계셨어 스크루에 숨줄이 잘린 것을 배 위에선 알지 못했지 대왕문어가 산다는 바다 속에서 그분은 잘린 호스를 허리에 차곡차곡 감았어 절명의 순간 평생 밥줄을 정리하셨지 뱀이 허리를 감은 것처럼 무서웠지만 그렇게 가지런히 감긴 호스는 처음 보았어 숨이 막힐 때마다 생각해 발버둥치는 대신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