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9)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단 하나의 아이
한나가 손을 씻고 나오자 아이 엄마가 커다란 가방을 멘 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나가 봐야 한다고 했다. “너 오늘 뭐지, 수학인가?” 아이가 턱을 까닥했다. “네 시쯤 셔틀이 오거든요.” 그때 차를 태워 주고 나서 바로 퇴근하면 된다고 했다. “네 시 아니고 세 시 사십팔 분.” 아이가 정정했다. “얘가 저보다 더 잘 알아요. 어디서 타는지도 얘가 알고요.” 한나는 그저 네네, 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 아이에게 집 안에 또 누가 있는지 물었다. “아뇨. 우리 둘밖에 없어요.” 아까보다 차분해진 음성이었다. 처음 간 집에 처음 만난 아이와 단둘이 남겨졌다. 한나는 갑자기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저분은 도대체 자신을 어떻게 믿고 집과 아이를 다 맡기고 나가버린 걸까. 이 아파트 건물 전체를 짊어진 것처럼 어깨가 무거웠다. 초등학교 3학년, 여아,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라는 것 말고 한나에게 미리 고지된 다른 정보는 없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좌담] 우리, 시 이야기 할까요?
「기울어진 아이」 연작처럼 약간의 서정이 있는, 자기 유년으로 들어가서 회고록식의 느낌을 주는 것과 「동경」이나 「것의 문제」, 「로션의 테두리」처럼 말에 관한 정말 뾰족한 촉을 통해 문장을 일구어내는 느낌이 드는, 두 가지 형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명 시기적인 것이든 심적인 것이든 뭔가 한 번의 갈아엎음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나 「기울어진 아이」 연작의 경우에는 곽재구 시인의 표4와 같은 맥락으로 정말 서정적이었고 한편으로는 본인을 굉장히 까뒤집어 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혼재해서 실었다는 점에 대해서 얘기도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그 두 가지를 같이 밀고 나갈 생각인지, 아니면 토해 낼 수밖에 없었으니까 실은 것인지. ▶ 최정진 : 우선 제겐 「기울어진 아이」 연작과 「동경」 연작이 두 가지로 나눠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세계가 점차 발전해 왔다고 해야겠네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기자단 인터뷰] 글틴‘홍철’, 댓글 너머 시 스승을 마주하다
나이가 들면서 질투보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이 많다는 건, 어린 아이 맘을 맘속에 갖고 있다는 거죠. 그런 동료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홍철 :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적과 적이 만나는 전선에서 서로 만나서 화합할 때 글이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인 :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부분. 많은 경우가 아니라 소수의 경우 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장마’,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같은 소설이 나올 땐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해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죠. 지금도 그럴까요? 학생들은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요. 홍철 : 시인님은 시를 통해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인 : 시를 통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