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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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저녁 바다
저녁 바다 이면우 관광버스가 해안선처럼 차고 길게 늘어섰다 우리는 먹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거대한 새가 날아오른다는 저녁 바다에 서둘러 도착했다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그 새는 잊혀질 만하면 한 번, 텅 빈 북 같은 배로 듣는 이의 가슴을 찢는 간절한 울음을 토해낸다고 한다 그 치자빛 공복의 슬픔과 꼭 한 번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해안선에 길게 꽃등 켜 들고 우리는 젖은 꽃잎 같은 흰 얼굴로 모래사장 위를 흘러 다녔다 누구 하나 입 열지 않고, 빈 배로 수만리 밤을 건너야 하는 새가 비상을 위해 철썩철썩 철푸덕 쏴아, 안간힘을 끌어 모으는 날갯짓에 오래오래 귀 기울였다…… 이즈음 북쪽 지방에선 그 새 울음소리를 듣기 전엔 아무도 저녁을 먹지 않을 거라는 소문이 돈 지 한참 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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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것은 연애에 관한 안녕이야
혹은 잊혀질 수 없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 뒤척이는 양은 상처투성이. 오늘도 길 위에 손목의 흔적을 뿌려. 녹아내리는 아스팔트에 몸이 천천히 스며들지. 그거 아냐고 묻는 사람들은 정작 아무것도 모르면서 웃고 있어. 벌어진 입으로 삼켜버린 목소리. 양은 사람들의 뱃속이 두려워. 잊고 잊어 기억하는 엄마의 뱃속은 차가운 나무가 자라, 아무리 먹어도 채울 수 없는 입을 찢고 웃으며 누워. 나는 배가 고프다. 주변을 둘러봐도 잡히는 것이 없다. 어느새 아침이야. 백지의 시간이야. 무엇도 쓰지 않은 백치의 시간. 아직 사람들의 발에 밟히지 않아 벌거벗은 웃음이 흔적으로 사라지고 있어. 보고 싶은데 보지 않으려 돌아가는 군은 망각쟁이. 쓰고 써도 쓰지 않은 종이를 끌어안고 배를 타. 바람에 올라선 침묵을 울려. 돌아가지 않으니 군은 오지 않아. 그냥 여기서 쓰도록 해. 화를 내도 욕하지 않아, 무섭지 않아. 오래전 엄마 젖을 먹던 놈은 여기 없으니 그냥 여기서 싸도록 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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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해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잊혀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때리고 있던 그 남자처럼요. 그래. 그 남자. 그 남자는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나타나서 자연스럽게 잊혀진 건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그때 그 남자 옷에 박혀있던 회사 명칭이 떠오르길래 무작정 그 회사로 찾아갔습니다. 남자가 다니는 회사 직원을 만난 이루,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이루 안녕하세요. 제가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여기 회사 잠바를 입고 계셨거든요. 한 50대 정도 되어 보이셨는데··· 아, 손등에 커다란 상처가 있었어요. ··· 성함은 잘 모르구요. 기자 (목소리만) 그때 만나신 분이 경찰서에서 이렇게 진술을 했더군요. 기자 나오면서, 진술서를 읽는다. 기자 지나가다가 들었는데 딱 장 씨더라구요.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고 하는데 얼굴이 파리한 게 안쓰러워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