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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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
매일처럼 남편에게 이유 없는 구타를 당하고,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 매일처럼 목이 긴 스웨터를 입고 다녀야만 했던 그녀의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소설 속 여자의 말처럼 세상 모든 일에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혹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의 삶은 아찔해집니다. ‘왜’는 실존의 언어입니다. 그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 인과적인 문제와는 다릅니다. ‘왜’ 속에는 삶에 투여되는 개인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눈앞에 시체를 들이밀면서 작가는 ‘이게 인간의 본모습이야’라고 말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왜’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동물’과 ‘비인(非人)’과 ‘시체’의 경계를 왕복하면서 살아가는 것 말이에요. 비정상/장애라는 낙인, 폭력의 명분되다 백가흠의 「배꽃이 지고」(『귀뚜라미가 온다』, 문학동네, 2005) 역시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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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3월 월평] 욕심 없는 글
욕심 없는 글 김미정(문학평론가) 글에 대한 욕심이 클수록 멋진 표현, 언어들을 구사하고 싶은 욕구도 커질 것입니다. 글 쓰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욕구이자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전봇대 사진사」는 그런 욕심을 절제하고 최대한 자기만의 생각과 언어를 소박하고 꾸밈없는 문장 속에 녹인 것이 장점입니다. 사실 ‘전봇대’라는 사물에 ‘사진사’라는 인격을 부여한 것 자체는 사실 큰 기교는 아닙니다. 그런데, 평소에 내 입장(혹은 인간의 입장에서) 지나치는 일상들이 특정 사물의 시점에서 재구성될 때의 세계는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전봇대’라는 사물만의 시점뿐 아니라, 글쓴이인 ‘나’와 일정 정도 교감을 나누는 사물이라는 점이 글 속에서 표현되어 있어서, 기계적인 의인화로 읽히지 않은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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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유
그런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 욕심과 폭력과 차별과 배고픔이 없는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오래 살고 싶을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동화를 읽을 일이다. ‘동화 같은’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바뀔 때까지 말이다. 《문장웹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