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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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바다의 힘
바다의 힘 고증식 겨울인데도 눈 한 방울 없다고 투덜대는 딸아이와 아침을 먹는다 서해안엔 눈발이 덮쳐 기름찌꺼기도 그냥 묻혔다는데 따뜻한 밥상머리 새해 아침부터 눈 타령이다 지난가을 두고 온 만리포 밤바다가 검은 머리칼 풀어 달려든다 숟가락 놓으며 나앉는데 휘리릭, 날아드는 문자 하나 ‘기름 폭탄에 눈 폭탄에 서해안은 완전 좆되아부렀네, 그래도 신년 인사’ 서산 유 아무개 시인의 연하장이다 새까맣게 숯덩이 된 가슴으로 구석구석 바위틈 누빈다더니 그 코 평수만큼이나 넉넉한 여유, 망망대해가 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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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1월호
그렇게 구름의 모양을 찾을 정도의 여유 부리기는 현재 내 집과 일터 주변에선 할 수 없고 적어도 바다를 가거나 수목원을 가거나, 아예 쉬기로 작정하고 나왔을 때나 가능하다. W는 개인 작업을 하며 그림을 가르치는 강사 일을 함께하고 있다. 계약의 형태는 느슨하지만, 여러 곳을 거쳤던 이전보다는 계약의 주기가 길어지고 정착하게 되었다. 작년 겨울 5년 차가 되어 가며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려는 찰나 황당한 전화를 한 통 받고는 안도했던 마음이 우스워졌다. 구름의 평균 수명이 10분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하나의 식별 가능한 모양처럼 명확한 형태가 되려는 부지런한 노력들은 곳곳에서 보인다. 뜬구름이 되지 않고 단단한 덩어리가 되거나 그것에 귀속되기를 바라는 시도는 막연한 안정감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지만, 사라지는 수증기처럼 결국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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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름의 모양을 찾을 정도의 여유 부리기는 현재 내 집과 일터 주변에선 할 수 없고 적어도 바다를 가거나 수목원을 가거나, 아예 쉬기로 작정하고 나왔을 때나 가능하다. W는 개인 작업을 하며 그림을 가르치는 강사 일을 함께하고 있다. 계약의 형태는 느슨하지만, 여러 곳을 거쳤던 이전보다는 계약의 주기가 길어지고 정착하게 되었다. 작년 겨울 5년 차가 되어 가며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려는 찰나 황당한 전화를 한 통 받고는 안도했던 마음이 우스워졌다. 구름의 평균 수명이 10분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하나의 식별 가능한 모양처럼 명확한 형태가 되려는 부지런한 노력들은 곳곳에서 보인다. 뜬구름이 되지 않고 단단한 덩어리가 되거나 그것에 귀속되기를 바라는 시도는 막연한 안정감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지만, 사라지는 수증기처럼 결국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