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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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물고기는 어디에
물고기는 어디에 이수명 물고기는 자발적으로 물고기이다. 물고기를 올리고 내린다. 물고기는 물고기와 동등하며 아직 제자리에 있다. 물고기가 아직 제자리에 있다면 물고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물고기가 아직 입을 벌리고 있다면 그 입속으로 사라져 버린 방향 방향의 지느러미 몸속으로 계속 떨어지는 망치가 있어 망치처럼 굳어진 물이 있어 물고기가 아직 부서져 있다면 물고기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돌을 잠재운 그 짧은 비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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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너는 어디에 소중하니
너는 어디에 소중하니? 김언 톰은 너에게 아주 게으르다. 샘은 너에게 아주 가혹하게 비판을 부탁했다. 빌은 너에게 늘 감사하게 굴었다. 폴은 너에게 늘 미안하게 행동했다. 잭이 너에게 대답한 것은 항상 조용했다. 칼이 너에게 미소 지은 것은 항상 부드러웠고 덕은 그런 사실을 모르다. 그런 사람에 무지하고 다만 너의 몸이 근질근질했다. 짐은 너에게 아주 똘똘하고 가난했다. 행동도 태도도 가난했다. 밥은 너에게 어서 떠나자고 독촉이고 어서 떠나려고 독촉이고 어서 떠난다고 독촉이다. 돈은 고집이고 안간힘이고 너에게 고독하다. 우리가 혼자 사는 것은 고독하다. 네가 혼자 사는 것도 고독하고 욕실 바닥이 낭자하다. 문 앞에서 닐과 션과 조가 시끌시끌하다. 혼자서 시끌시끌하고 혼자서 다투고 너를 떠난다. 불확실하지만 떠난다. 존이 너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하다. 벅은 거의 절망적인 자세로 너를 찾았다. 폴은 어디서고 미안하고 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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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악마는 대체 어디에 있나요?
[문학더하기(+)] 2010 다시-읽기 Re-View- 《문장웹진》에서 실시한 2010년대 문학 설문 결과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다시’ 읽어봐야 할 작품에 대한 리뷰 악마는 대체 어디에 있나요? - 임철우『돌담에 속삭이는』 양진영 1 2차 세계대전의 전범으로 체포된 나치 독일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다정한 남편이었고, 자상한 아버지였고, 예절 바른 이웃이었다. 재판정에서 그를 지켜본 방청객들은 그가 “수백만 명의 남녀와 아이들을, 상당한 열정과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죽음으로 보낸”1) 사람임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무자비하거나 영혼이 없는 괴물도 아니었고, 변태적이거나 가학적인 정신병자도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