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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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텅 빈
텅 빈 함성호 턱이 비어 있다 옆구리가 비어 있다 가운데가 비어 있다 그를 때려눕힐 수 있었지만 그러면 왠지 슬퍼질 것 같았다 그냥 맞았다 알 수 없는 일은 알 수 없는 대로 둬야 한다 비어 있는 것은 텅 비어 있게 멀어지는 별과 별 사이 낭떠러지 위의 산양처럼 홀로 밤하늘을 찢고 있다 별똥별 알 수 없는 데서 자라 알 수 없는 대로 미쳐 가는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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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연민
연민 김남극 한 번쯤은 별똥별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냇가에서 그 별똥별을 모두 담아 그대에게 보내고 싶다는 그 별빛이 사그라드는 아주 잠시 동안만이라도 당신의 마음 가까이 가고 싶다는 근사하고도 유치한 시를 쓰고 싶었다 내가 떠난 뒤에도 별똥별은 가끔 소낙비처럼 앞개울에 쏟아졌을 것이다 내가 떠난 뒤 그 별똥별 묶음을 받을 사랑도 어디론가 사라졌을 것이다 무엇이라도 남은 것이 있지 않을까 사람이 다 떠난 마을에 가보았다 노을이 장엄하게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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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춤
춤 김태경 시작이 시작 전에 끝이거든 멈춰 섰거든 이제 막 출구 찾아 나서려던 참이었다 담 너머 태양 바투 다가앉을 수만 있다면··· 발 들어 이리저리 뛰려다 본 까만 별들 흙 위에서 어지럼 같은 개미 떼가 춤을 춘다 난데없는 여린 조화에 사위가 밝아진다 여기도 저기에서도 어디서든 반짝이는 별똥별 조각인지 숲에 그린 좌표인지 잘 맞은 퍼즐처럼 정제된 고요 세계··· 머리나 몸통이 터지거나 짓이겨지거나 가는 다리가 잘려 나가게 할 순 없지 투명해진 작은 말은 함부로 밟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검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불현듯 젖어 가는 말발굽 어떤 끝은 시작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