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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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별
[연재 에세이] 별 ― 사막의 미학 3 김태형(글/사진) 낙타는 지평선을 건너가지 않는다 기운 햇살을 받은 데리스가 마른 잎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 떼의 가축과 어린 목동이 말을 타고서 황금들판을 지나가고 나면 바람 소리만 남았다. 데리스의 앙상한 잎은 낙타만 먹는다. 겨울에 먹이가 부족할 때는 양과 염소가 눈 위에 솟아난 길쭉한 잎을 마지못해 먹기도 한다. 석양을 받아 지평선을 건너다보고 있는 낙타는 마른 데리스 빛을 닮았다. 몽골 신화를 보면 원래 낙타는 아름다운 뿔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사슴이 잔치에 가기 위해 낙타의 아름다운 뿔을 빌려갔다. 멋진 뿔을 달고 한껏 뽐을 내던 사슴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낙타는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슴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얼핏 우스꽝스럽지만, 이 신화를 잊고서 낙타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낙타는 기다림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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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쇠똥구리 별
쇠똥구리 별 손택수 쇠똥구리는 별빛으로 길을 찾는대 똥을 굴리면서도 별과 별 사이로 난 지도를 읽으며 집으로 돌아간대 똥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려 봤지 몸에서 나는 악취에 진절머리 똥이 될 밥을 따라 수모를 견뎌도 봤지 그때 귀갓길에 본 별 하나 기억하니 별 하나 점을 찍고 눈을 맞추는 게 한때 나의 명상법이었지 사람의 눈은 마주 보지 못하고 별의 동자라도 봐야 살 것 같을 때 있었지 별에 점을 찍으면 나도 까무룩 한 점이 되고 숨을 가지런히 한 채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희미한 빛 같은 것이 생겨서 점과 점을 이으면 모스 부호처럼 흩어진 남해 섬들 두고 온 파도소리도 들려올 것 같았지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지만, 쇠똥구리는 별을 나침반으로 삼는대 그 손톱만 한 몸으로 신통도 하지 요즘 소들은 들판이 아니라 다 농장 쇠울에 갇혀 사육이 되고 있는데 적막한 들판에서 양식은 어떻게 구하는지 쇠똥구리가 쇠똥을 굴릴 줄 알아야 이 행성도 회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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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별」외 6편
별 신지영 밤하늘에 밝은 구멍이 콩콩콩 저 구멍에 손가락 쑤욱 집어넣으면 구멍 뒤에서 외계인이 기다리고 있다 내 손가락 꽉 잡을지도 몰라 그럼 얼른 잡아당겨 지구로 내려오게 한 다음 같이 놀자 그래야지 친구 하자 그래야지 CCTV 엄마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밤에 혼자 걸을 때는 그렇게 든든하더니 쓰레기 좀 몰래 버렸더니 왜 이렇게 눈치가 보이냐 아무래도 걸리는지 다시 나가는 엄마 CCTV! 대단하네! 민달팽이 고라니 아님 사슴? 아니, 아니! 그러기엔 너무 작아 오소리 아님 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