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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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크라잉 클럽
길 건너편에 마라탕 간판이 보였다. 눈짓으로 마라탕 집을 가리키자 그는 커이, 하고 대답했다. 마리오는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의자에 얹힌 택배 상자를 잡았다. 국제 특송으로 물건을 보내다 보면 매번 손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컨테이너로 칠레산 포도주를 들여오고, 상하이에서 의류와 전자제품을 실어 보내는 일을 했다. 마리오는 마라탕 때문에 중국을 떠날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가 물로 입을 헹구고 시자회이 근처 월세가 더 낮은 원룸은 없는지 물었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친구의 포도 컨테이너가 석 달째 부두에 묶여 있다고 했다. 자신의 중개 수수료를 낮춰 보겠다는 계산이었지만, 얼마 전에도 남미에서 온 친구 두 명을 소개했다. 나는 마리오에게 오늘 저녁 시간이 어떤지 물었다. 같이 술이나 한잔할 생각이었다. 마리오는 우사모로 갈 거라고 했다. 아, 그 크라잉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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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희곡 구와 마젠타
민서아…… 그러니까…… (헤아리듯) 내가 벌레…… 유학이 마라탕…… 손님이 엘런 머스크……. 소정(수정해준다) 일론 머스크. 민서손님이 일론 머스크, 유학이 마라탕, 내가 벌레…… 아! 내가 벌레…… 내가 벌레구나!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소정침착하게 다시 생각해 보자. 방법이 있을 거야. 합리적인 방법이. 민서, 소정의 어깨를 잡는다. 민서너 정말 유학 가고 싶은 거 확실하지! 정말이지!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지더라도! 소정난 (사이) 네가 불행하면 유학 안 가도 돼. 민서난 네가 유학 가야지만 행복해! 소정그런 게, 민서행복. 삼 년 후,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야. 소정(사이) 가고 싶어. 민서하나님 감사합니다……. 화면에 영상이 송출된다. [비행기가 날아오르다가 떨어지고 마는 모습]과 [머나시아 항공]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민서(비장하게) 옛날에 봤는데, 미국에 도시 괴담이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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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세상의 기원
나는 파바다, 마라탕, 잠발라야, 훈툰, 박소 같은 이름도 생소한 음식을 조희와 함께 먹으러 다녔다. 있는 줄도 몰랐던 내 혀의 미뢰를 전부 깨어나게 할 만큼 생소하고 자극적인 음식들. 맛이라고는 그저 달고, 쓰고, 짜고, 신 줄만 알던 나의 미각은 조희와 함께 다니며 점점 예민하게 곤두섰다. “나, 맛 감수성이 풍부해진 것 같아.” “언니, 그게 바로 혀 발정이에요.” 나는 음식을 먹다가 뿜을 뻔했다. 조희가 웃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큰 웃음이었다. 조희는 입이 큰 만큼 웃음도 컸다. “너는 먹방 유튜버하면 딱인데. 세계 희귀 음식 콘셉트로.” “채널 이름은 ‘혀 발정기’ 어때요?” 나는 이런 말을 곧잘 하는 조희를 보며 스스럼없고 당찬 MZ세대의 특징이려니 했다. 조희도 이제 서른 살(내가 조희를 처음 만났을 때 ‘징벌’처럼 느꼈던 그 나이)이지만 여전히 나보다는 여섯 살이나 어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