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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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도플갱어
[문학 더하기+(시)] 도플갱어 김신식 집 창문을 본 지 오래되었다. 관리실에서 작성한 공고문을 본 게 발단이었다. 공고인즉슨 비바람이 부는 날 창문을 열어 놓으면 떨어질 수 있으니 되도록 닫아 놓으라는 것이었다. 경고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난 유리창 사진이 게시된 걸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언젠가부터 에어컨 실외기 창이 창문을 대체했다. 공기청정기를 들였고 암막커튼을 달면서 창문으로 바깥세상을 볼 일이 점점 줄었다. 좀처럼 창문을 볼 일이 없으니 창문을 다루는 기록물을 보면 어색했다. 창문이 나오는 작품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가 등장인물의 긴 이름이 헷갈려 이전 페이지를 다시 읽어야 하는 옛 러시아 소설 같았다. 창문 하면 으레 일조권과 조망권이 떠오르지만 나는 그런 권리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중이다. 가령 햇살이 궁금하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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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체인지 프로젝트
몸에 센서를 달고 고글을 쓰고 도플갱어 게임을 선택했다. 이 게임은 나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찾아내어 제거하는 게임이다. 내가 먼저 녀석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두 비행차 사이에 누군가가 수상하게 서성거렸다. 나는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근처로 다가갔다. 순간,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다. 나랑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였다. 나는 광선총을 쏘려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알림음이 떴다. 그 사이 녀석이 먼저 광선총을 쏘며 말했다. “내가 진짜고 네가 가짜야.” 레이저 불빛이 날아왔다. 가상 세계였지만 너무나 생생해서 나는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팔이 덜덜 떨렸다. 그때, 감마짱이 내 고글을 벗겼다. “할머니께서 모니터로 연락을 시도하십니다.” 나는 거실로 미끄러지듯 달려 나갔다. “할머니!” 내가 소리를 지르자 할머니가 뒷걸음질을 쳤다. “이 새벽에 누구한테 연락하려고요?” “친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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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공주시 데시그램북스(제3회)
멧새 : 나하고 똑같은 존재가 나타나면, 하나는 죽게 된다는 도플갱어 이야기겠죠?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키에슬로프스키)처럼 말이죠. 윤여름 : 아마도 작가의 의도와는 많이 벗어난 반응이 아닐까 싶은데요. 「차가운 손가락」이 너무나 해학적으로 읽혔어요. 자동차 사고 후에 김 선생과 이 선생이 나누는 대화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 같아요. 물론 사고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안타깝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불분명해 보였어요. 멧새 :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심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작품을 읽고 난 이후에는 그 심사기준이랄까, 최종심에 오른 근거가 무언지 알고 싶긴 합니다. 이 작품집의 성취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 작품에서 표현되는 숱한 불안과 공포와 관련해서 여러분은 어떤 불안, 어떤 공포가 있는지,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여쭤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