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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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몽골소년의 눈물
몽골 소년의 눈물 안상학 염소가 풀을 뽑아먹는 동안 사막은 저도 모르게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더 막막해져 가는 사막에서도 지금 여기 없는 꿈이 지금 여기 있는 아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사막의 한 줌 낙타 똥 같은 어느 마을 할아비 밑에서 자라는 어미 아비 없는 소년을 만났다 할아비는 사위집에 손자를 맡기고 떠났다 발을 동동 구르며 마구 허공을 할퀴던 조막손 소년은 마을 어귀 모래언덕까지 올라가 한참을 바라고 서 있었다 몽골은 눈물이 드물다는데 소년의 눈물 광막한 곳에서는 헤어지는 시간도 길었다 지금 여기 없는 꿈이 지금 여기 있는 아픔을 이길 수 있을까 몽골식 이별을 보면서 양고기칼국수를 먹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여태 만나 온 삶의 아픔과 그래도 살게끔 한 꿈의 거리를 생각한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격을 생각한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려는 꿈은 어디서나 가혹하다 대체될 수 없는 꿈을 가지고 살기엔 사막은 막막하다 무슨 꿈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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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눈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허유미 바다는 해녀의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라서 파도는 눈물 한 방울의 흔들거리는 몸짓이어서 눈물 한 방울이 섬을 꼭 안고 있어서 우리는 해질녘이면 눈물 젖은 몸으로 가족의 이마를 만져 주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별은 눈물의 깊이를 알고 있어서 바다에서 사뭇 반짝이고 눈물에 가라앉은 숨비소리는 찬바람을 모으고 있어서 바다가 바람보다 커서 눈물의 온기로 섬이 잠들어서 발아래 훌쩍훌쩍 물결치는 밤이어도 우리는 등대처럼 서로의 어두운 얼굴을 거대한 눈물 한 방울로 감싸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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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그녀의 눈물 사용법
이유이며 그녀가 울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 이유이다 그녀는 어딘가 부서진 자전거를 닮았다 그녀는 어딘가 길고양이를 전담하는 수의사를 닮았다 그녀는 어딘가 그녀가 꾸는 어려운 꿈을 닮았다 그녀가 울었을 때에야 세상이 기가 죽는 바로 그 이유이다 어김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녀의 눈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 천운영의 소설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에서 빌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