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98)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구름
구름 이성미 구름이 낀 날인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인지 분간이 안 된다. 어떤 날은 구름이 자동차보다 느리게, 사람만큼 천천히 대도시에서 우리 동네로 온다. 이런 날은 정약용이 제주도에서 서울 아들의 반찬을 걱정하며 다정해지는 마음을 알게 된다. 태풍이 오는 날은 비행기보다 구름이 빨리 온다. 아주 느린 구름과 아주 빠른 구름을 나는 시에 적어 넣는다. 적란운이라는 단어가 미야자와 겐지의 시에 있을 때와 일기예보에서 들었을 때와 과학책에서 보았을 때는 다르다. 나도 그렇다. 이 점이 중요하다. 시에 있는 나를 나라고 믿으면 안 된다 여러분. 아주 느린 구름과 아주 빠른 구름은 참 드물다. 그렇지 않은 구름은 흔하고, 쉽게 배경이 된다. 흔한 내가 시에 있는 나보다 더 많다. 내가 보고서에 있는지 공원에 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매일매일 흔한 내가 구름처럼 나타나고 사라지고. 그것은 태도가 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구름
구름 오세영 구름은 하늘 유리창을 닦는 걸레 쥐어짜면 주르르 물이 흐른다. 입김으로 훅 불어 지우고 보고 지우고 다시 들여다보는 늙은 신의 호기심 어린 눈빛.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구름 스캔들
구름 스캔들 신준영 나는 발명가이며 조련사다 오늘까지 일만 육천 삼백 스물여섯 개의 감정을 발명했고 이것으로 매일 나를 길들여 왔다 어둠을 응시하는 백만 개의 눈동자였고 목에 걸린 방울이었으며 잠 속까지 좇아가는 그림자였다 나는 불이었고 연기였고 한숨이었는데 이것들을 소화하며 마침내 괴물에 이르렀다 이 흉측하고 아름다운 것을 내가 낳았구나 이것은 자각몽이 아니다 밤에 낳은 부끄러운 감정의 얼룩들을 닦아내는 아침의 거울 속도 아니다 직립의 기억을 버린 나무는 물속을 유영하고 물을 버린 물고기는 산을 오른다 오늘까지 발명된 감정들은 밤새 뒤척이며 지상에 떨어뜨릴 기억의 각질 내 안에서 방목한 당신이 나를 삼키면 나는 당신으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배설물 이 흉측하고 아름다운 것을 내가 또 낳는구나 당신을 버린 나는 신나서 꽃처럼 뭉게뭉게 피어나 마침내 내가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