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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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좌담 ‘읽는 사람’ 4차 : ‘개인채널 시대의 독자들’
공백 : 기획사의 경우 성과 보고에 대한 부담 같은 게 있나요? 다이애나 : 아니요. 기획사마다 크리에이터마다 다 달라서 말씀드리기 애매한데, 제가 소속된 곳은 그런 게 없어요. 지금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생기면 도움을 주시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박인성 : 이건 번외 질문인데, 반대로 모든 독서 경험이 만족스러울 수 없으므로 비판적인 리뷰를 콘텐츠로 생산하지 않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공백 : 저는 그달에 읽은 모든 책을 리뷰하는 콘텐츠가 있어요. 이름은 ‘월말정산’인데, 거기에서 얘기해요. 나는 이 책의 이런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아쉬움이 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편이에요. 특별히 논쟁이 필요한 책들은 단독으로 다뤄보기도 하지만, 읽고 내게 유의미한 책은 아니었다면 ‘월말정산’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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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산수박
산수박 박형권 할머니는 손자에게 일 시키지 않고 산 아래 밭까지 꽁지 물고 따라오는 것 대견해하시지 털매미 노래가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로 들리고 멀리 바다에는 통통통통 전마선 한 척 게으르게 지나가지 혹시 부산에 신발공장에 일 나간 엄마가 고기 한 근 끊어 올지도 모르는 신작로 옆구리엔 땀이 삐질삐질, 배꼽시계가 정오를 가리키지 꼬르륵 꼬르륵 눈치 없게시리 배 안에서는 개구리가 울고 할머니 호미날에는 감자알만한 돌멩이가 이마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지 이 꿩 저 꿩 이 산 저 산 구운 콩은 다 먹고 사르르 잠이 찾아오는 묵정밭 길어진 밭이랑을 참다 참다 할머니 산그늘에 들어가 쉬이 소피를 보시지 졸졸졸 개울물소리 끝에서 할머니 이리 오너라 손 흔드시고 투덜투덜 몇 발 안 되는 여름은 뜨거워라 할머니 부끄럽게 산자락을 적신 그 뜨뜻한 공백 옆에 덩그렇게 놓인 산수박 한 통 눈도 밝으신 우리 할머니 퍽 쪼개면 새까만 씨앗들, 우리 씨 할 고추 어서 많이 먹어라 우리 할머니 산수박 낳으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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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잠자리 왕국
잠자리 왕국 신은영 초여름 아침, 하늘의 쪽빛도 첫물일 때, 검지 손가락만한 잠자리들이 눈높이 가까이 날며 짝짓기를 한다 온몸으로 윙윙거리며 바짝 날아오르는 잠자리를 피하느라 오히려 고개를 숙인다 둘이라는 것, 잠자리 눈동자의 회오리에 휩쓸리듯 네 영혼에 몰두하는 것 그러나 너의 육체를 받친 채 허공 위를 뚫고 오르는 외로움은 파란 하늘에 부시다 잠자리 왕국으로 떠난 당신 하늘의 공백 저편에 열린 문을 열고 잠자리 고개 돌아가듯 딸각딸각 멀어지며 돌아보지도 않고, 말랑거리는 그대 앞가슴을 밟고 낯선 걸음으로 따라가 보아도 애써 손사래 치며 밀어내는 오솔길, 자꾸만 멀어지는 한 줄기 햇빛 따라 잠들다 깨면 불길하게도 새까만 물잠자리 되어서 문득 팔랑거리는 당신의 살갗 파랗게 멍든 자리에 갇히려고 짐짓 벙글거리며 누워 끔벅끔벅 높은 하늘 바라보다가도 파르르 날아오를 때 풀잎의 스침, 울지 마라 울지 마라 원을 그리며 하늘 끝으로 날아가는 잠자리 나는 바람의 계단을 휘청이며 올라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