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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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우리들의 고양이
알고 보면 이 고양이 모두는 너희들 가까운 곳에 늘 있어 온 친구들이니까. 야오옹~.” 수수께끼 같은 고양이 맘의 말에 우린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 돌아다봤다. 고양이 맘은 희돌이의 어깨에서 사뿐 뛰어내려 그 고양이들에게로 다가섰다. 그러곤 일일이 목을 비비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새로운 고양이들은 뭔가 어색한지 무뚝뚝하게 반응했다.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눈빛으로 우리를 주시했다.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이것들 혹시 도둑고양이들 아냐? 통 말이라곤 할 줄 모르는데?” 우리들 중 누군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아까 분명 맘이 말했을 텐데.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희돌이가 꼬집듯 말을 받았다. 그러자 고양이 맘이 우리들 앞에 나서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래, 마음을 트려면 그게 좋겠다. 먼저 재미있는 놀이부터 하자.” “놀이? 무슨 놀인데?” 귀가 솔깃했다. “쉬운 놀이야. 그러면서도 엄청 재미있지. 바로 ‘뭉치기놀이’!” “뭉치기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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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변상벽의 고양이
변상벽의 고양이 손택수 나비가 꽃에게로 착지할 때 휘청, 이는 꽃대와 꽃대의 과민이 무안하지 않게 짱짱한 봄햇볕처럼 빳빳해지는 고양이의 수염, 뒤에서 뒷짐 지고 넌지시 목을 빼고 있는 나를 의식하였던가 꽃이 나비를 흔들고 팔랑, 나비가 고양이를 뛰어오르게 하고, 채송화 톱니 같은 발톱을 마음먹고 착 내밀었다가 아차, 소득 없는 도약에 뭔가 계면쩍고 머쓱하여서는 고개를 틀며 살짝 웃은 것 같은 순간 어여뻐라 꽃과 나비와 고양이와 내가 한 숨결로 이어진 잠시, 꽃과 나비와 고양이와 내게 몰입 중인 누군지 모를 네 숨결까지를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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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고양이 눈
[단편소설] 고양이 눈 최정화 여기는 경성의 북쪽에 자리 잡은 구릉 지대로, 위에서 내려다본 모양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해서 묘안정이라고 불린다. 원래는 공동묘지였다고 하는데 안성에서 온 어떤 이가 묘지건 뭐건 상관할 바 없이 일단 몸 누일 곳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심정으로 움막을 지어 살았다. 오갈 데 없는 몇몇이 더 모여들어 그 옆에 따라 움막을 짓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묘지 전체가 하나의 촌을 이루게 되었다. 근처에 고양이들이 많아 번식기의 울음소리만이 귀에 거슬릴 뿐, 그것도 몇 번 듣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집이라고 하기에 영 무색하다. 문 대신 거적을 둘러 출입구를 만들고 한구석에 땔감, 또 한구석에는 물동이가 세간의 전부다. 그래도 부실하나마 내 집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주방도 화장실도 없지만 누울 곳이 있다는 게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