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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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휴먼퓨처 - 멋진 신세계? (2)
이 작품의 매력은 복제인간 ‘클론’으로서의 마트의 처절한 존재상황과 고뇌, 철저히 도구로 전락한 ‘이짓’의 존재방식, 그들을 만들고 통제하는 '진짜' 인간들과 그들에 의해 유지되는 체제를 그려주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 있는 성격화, 인간관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 긴장감 있는 구성 역시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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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눈 내리던 어느 날, 경계에서 만나다
열다섯에서 스무 살까지, 아이들의 내면에서 일어날 무수한 고뇌, 그 고뇌만큼 환할 기쁨과 충만이 무엇일지 도통 들여다볼 수 없지만, 어쨌든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이미 조금은 늙어버린 우리들은 그 나이의 아이들을 황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에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만큼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눈이 내린다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아쉬움을 덮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눈밭을 뛰어다녔고 평화공원 내에 있는 사슴 무리들 앞에서 예쁜 눈의 사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어제의 서먹함은 간데없고, 숨 가쁘게 공원 내의 스탬프를 찾아 뛰어다니며 죄다 친구가 되어버렸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이어진 시간은 강영숙 소설가의 문학특강 'DMZ에서 생각하는 평화, 나의 글쓰기'였다. 강영숙 작가의 탈북 소녀 이야기인 장편소설 『리나』는 근래에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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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존재의 영역으로부터 죽음을 몰아내는 천야일화(千夜一話), 박상륭 소설 읽기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추동하는 힘은 고통과 고뇌, 번민과 자기 갱신의 의지이다. 삶과 죽음의 팽팽한 긴장에서 발생하는 육신적 고통과 저주야말로 영성을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재생과 부활을 위한 환희와 축복을 낳는 것이다. 최근 소설에서 특징적으로 형상화하는 대중문화와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도 진화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숙주」에서 난쟁이 광대가 지배하는 국가나 『산해기』에서 하산한 차라투스트라를 아연실색케 한 얼굴 없는 “뚤파”와 “좀비”들, 「로이가 산 한 삶」에서 비대증 환자의 몸,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의 결말부 곡마단 공연 장면 등은 한 개의 감각 기관만을 가진 에켄드리야에게 경배를 바치는 흥행주의 사회를 암시한다. 신이 죽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더욱 끔찍한 물신(物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