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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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겨울 놀이
겨울 놀이 정재율 잘 자고 일어나, 그런 말을 하고 꿈으로 들어간다 너의 꿈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솜을 쥐고 비틀어 본다 바닥에 흩뿌려지는 흰 것들 우리는 낡은 오두막에서 내리는 눈을 함께 보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타오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벽난로 앞에서 여기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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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겨울 동화
[단편소설] 겨울 동화 강기희 1 짧은 겨울 해가 산정에 걸리는가 싶더니 바람이 거칠게 일었다. 바싹 마른 낙엽이 공중으로 흩어지자 해는 산을 넘었고, 어둠이 밀려온 골짜기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을 몰고 온 바람은 밤새 문풍지를 흔들었다. 그 소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멀리 달아났고, 바람이 그친 골짜기엔 폭설이 쏟아졌다. 날이 밝자 새들이 먼저 하늘을 날았다. 새들은 풀대궁에 얹힌 눈을 털어내며 아침을 준비했다. 새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마른 풀씨를 쪼아 먹고 있을 때였다. 책방 문이 끼익 열리며 인기척이 났다. 2 “아이구, 뭔 눈이 이리도 많이 내렸을꼬. 눈이 처마 댓돌을 다 덮었네.”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마당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으로 인해 사라진 것은 길과 마당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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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쌍문동의 겨울
쌍문동의 겨울 고요가 쌓여 있는 골목에 인기척의 기침소리가 지나갑니다. 사람들의 입김으로 골목이 호흡하고, 모든 발걸음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 입구로 몰려듭니다. 저녁이면 모든 발걸음은 골목길을 끌고 달 속에 발을 묻습니다. 적막을 끄집어 당기는 가등 밑에다 노상방뇨를 하는 취객이 남대문을 잠그지 않고 비틀 걸어갑니다. 시장은 왁자지껄한 문장을 써내려가고 두 개의 입이 언성을 높이는 밤입니다. 시장은 활어처럼 펄떡입니다. 좀약을 파는 수레를 밀고 가던 절룩거리는 남편의 땀을 닦아 주는, 지적장애 부인의 뒷모습을 담아 두었던 복날의 사진을 떼어내고, 흑백사진의 풍경으로 바람이 울고 있는 쌍문동의 겨울을 벽에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