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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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통의 감각
고통의 감각 조혜은 그날 처제의 방에서는 두 번째로 새끼고양이가 죽었다. 아내의 배 속에는 8개월 된 우리의 아기가 들어 있었고, 처제의 두 달 된 새끼고양이는 배에 푸른 멍자국을 그린 채 3월의 밤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다. 엊그제 고양이의 배를 만졌던 손으로 아내의 배를 만졌다. 고통은 감각하는 것일까. 아내는 새로운 불면에 시달렸다. 고양이의 배를 만졌었는데. 우유를 머금은 아내는 말이 없었다. 아내가 집을 떠나고 처제는 아내의 방에 첫 번째 새끼고양이를 들였다. 아내의 배 속에는 5개월 된 우리의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처제의 첫 번째 새끼고양이는 죽음의 사정권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바이러스래. 어미가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분양 받을 때 머리에 털이 거의 없었나봐.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반곱슬 머리의 아내에게 긴 생머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야릇한 표정으로 잠든 아내의 엉덩이에는 죽은 새끼고양이의 것처럼, 누다 만 검은 똥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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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지하 도시와 늪에서 발견한 생성의 감각
지하 도시와 늪에서 발견한 생성의 감각 : 천선란의 『이끼숲』과 김초엽의 『파견자들』에 관하여 조윤정 1. 지하 도시의 건설과 세계의 배치 지하 건축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왔던 방식이다. 고대 도시에서 지하는 포도주 저장소와 같은 곳간, 카타콤(Catacomb)과 같은 무덤이나 도피처로 활용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하를 훨씬 다양한 형태로 점유하고 있다. 각종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지하 가로망이나 교통 시스템과 바로 연결됨에 따라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미래의 지하 공간은 현재의 우리 삶을 확장한, 지상과 다르지 않은 지하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지하는 고립의 프레임을 넘어 확장성과 입체성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하 공간은 하늘 위로 높이 솟은 빌딩들이 줄 수 없는 연결의 감각을 제공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공간과 공간의 연결로 바라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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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폐허의 목소리를 듣기 – 제13회 광주 비엔날레의 감각
폐허의 목소리를 듣기 – 제13회 광주 비엔날레의 감각 이하림 1. 들어가며 지난 4월 말 광주에서의 하루는 나에게 ‘어떤 감각’이라는 말로만 남아 있다. 그날 나는 광주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수서역에서 아침 일찍 SRT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광주를 목적지로 한 여행은 처음이었는데도 그리 낯설거나 설레지는 않았다. 기차로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도시를 간다는 마음보다는 전시를 보러 간다는 마음이 컸다. 심지어 빠듯한 일정인 탓에 가는 기차에서 노트북으로 급한 일을 처리하고, 비엔날레 전시관에 도착해서도 전시장 맞은편 카페에 들어가 친구가 올 때까지 서울에서부터 갖고 온 일들을 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