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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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통의 감각
고통의 감각 조혜은 그날 처제의 방에서는 두 번째로 새끼고양이가 죽었다. 아내의 배 속에는 8개월 된 우리의 아기가 들어 있었고, 처제의 두 달 된 새끼고양이는 배에 푸른 멍자국을 그린 채 3월의 밤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다. 엊그제 고양이의 배를 만졌던 손으로 아내의 배를 만졌다. 고통은 감각하는 것일까. 아내는 새로운 불면에 시달렸다. 고양이의 배를 만졌었는데. 우유를 머금은 아내는 말이 없었다. 아내가 집을 떠나고 처제는 아내의 방에 첫 번째 새끼고양이를 들였다. 아내의 배 속에는 5개월 된 우리의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처제의 첫 번째 새끼고양이는 죽음의 사정권 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바이러스래. 어미가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분양 받을 때 머리에 털이 거의 없었나봐.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반곱슬 머리의 아내에게 긴 생머리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야릇한 표정으로 잠든 아내의 엉덩이에는 죽은 새끼고양이의 것처럼, 누다 만 검은 똥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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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지하 도시와 늪에서 발견한 생성의 감각
지하 도시와 늪에서 발견한 생성의 감각 : 천선란의 『이끼숲』과 김초엽의 『파견자들』에 관하여 조윤정 1. 지하 도시의 건설과 세계의 배치 지하 건축은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왔던 방식이다. 고대 도시에서 지하는 포도주 저장소와 같은 곳간, 카타콤(Catacomb)과 같은 무덤이나 도피처로 활용되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하를 훨씬 다양한 형태로 점유하고 있다. 각종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지하 가로망이나 교통 시스템과 바로 연결됨에 따라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미래의 지하 공간은 현재의 우리 삶을 확장한, 지상과 다르지 않은 지하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지하는 고립의 프레임을 넘어 확장성과 입체성을 창출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하 공간은 하늘 위로 높이 솟은 빌딩들이 줄 수 없는 연결의 감각을 제공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공간과 공간의 연결로 바라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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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상실의 형식 (1)
이후 인용 시 괄호 안에 쪽수만 표기. 4) 박혜진, 「감각을 위한 논리」, 『겨울에 대한 감각』, 자음과모음, 2022, 116쪽. 5) 이 책에 수록된 3편의 단편 「겨울에 대한 감각」과 「벌목에 대한 감각」 그리고 「불안에 대한 감각」 모두 감각의 논리를 통한 소설 쓰기의 문제에 깊이 천착하고 있다. 나는 철저히 내게서 기인한 것들로만 문장을 구성하려 하는데, 이 작업을 진행하는 어떤 순간에는 너무 힘든 나머지, 다른 방식의 문장을 바랄 때도 있었다. 사명감, 책임감, 정치, 의욕이 담긴 것들.(76) ‘사명감, 책임감, 정치, 의욕’이라는 말이 어떤 서사의 형식을 지시하는 말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문장이 민병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소설 쓰기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고등학생 시절 음독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발견하고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