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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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심변론(心辨論 classifying psychological theory)에 대한 마지막 소고
"아무튼 우리 교수님이 경쟁력 있는 학과를 신설하고픈 학교의 바람을 알게 되었을 그 당시, 한국에서는 힐링 열풍이 불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안 붙는 곳이 없었죠, 쇼핑을 하는 것도 힐링, 커피를 마시는 것도 힐링, 셀카를 찍는 것도 힐링, 영화를 보는 것도 힐링이라며 말이죠. 그쪽도 잘 기억나시죠?" "교수님은 그런 사회현상에 착안하셨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이렇게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힐링 열풍에 편승하여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새로운 심리학과를 개설하자고 말이죠. 일종의 설득이었던 것입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서로의 요구가 거의 맞아 들어간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결국 총장님까지 대동된 최종 평가 자리에서 우리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심리학과는 문과 계열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심리학과들이 심리학을 정말 문과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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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누구나의 반란
당해 3월, 인터파크도서에서는 전해 대비 힐링 에세이 판매량이 124% 증가했으며,4) 교보문고는 123.4%, 예스 24는 106.3%5) 증가했다고 밝혔다.6) 이토록 에세이의 판매량을 증대시킨 가장 대표적인 책은 『곰돌이 푸, 행복은 매일 있어』와 소셜미디어 인기 작가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이다. 이전에도 『언어의 온도』 등 SNS를 통해 홍보가 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도 있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소셜미디어의 인기 작가들이 출판계 에세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때 시로도 소설로도 분류가 어려웠던 소셜미디어의 감성글은 책의 물성을 지니게 되면서 ‘에세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지면이 청탁과 투고로만 채워질 때,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증 또는 인지도가 불가피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자는 모르니까 청탁을 할 수 없고 눈에 띄지 않는 원고는 선택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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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위해
힐링? 저기. 유리가 힐링 숲 안내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숲의 이름이 힐링이 아니라는 건 유리도 알고 있었다. 힐링 힐링 여행 힐링하고 싶다 힐링하러 가자 힐링이 된다… 수현은 힐링이라는 단어를 수백 번 혹은 수천 번 듣고 보았으나 힐링이 무어냐는 질문에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정확한 뜻을 알려줘야겠다 싶어서 검색을 해본 뒤에 대답했다. 치유래. 치유가 뭐예요? 치유? 수현은 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치료해서 병을 낫게 하는 거래. 병이요? 응. 지도가 꼭 뱀 같아요. 진짜 그러네. 저 뱀 좋아해요. 뱀을? 네, 뱀을 좋아해요. 안내도를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에겐 등산복이나 등산화가 없었으므로 그냥 편한 옷과 평소에 신는 운동화를 신어도 큰 무리가 없는 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중간쯤 가서는 도넛을 먹을 예정으로, 산에 오기 전에 두 사람은 같이 도넛 가게에도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