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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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 같이 읽을래?] 실패해도 괜찮아
하늘의 뜨거운 꼭짓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중략… 열두 살, 그때 이미 나는 남성을 찢고 나온 위대한 여성 미래를 점치기 위해 쥐의 습성을 지닌 또래의 사내아이들에게 날마다 보내던 연애편지들 (다시 꼬리가 자라고 그대의 머리칼을 만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약속하지 않으련다 진실을 말하려고 할수록 나의 거짓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 황병승, 「여장남자 시코쿠」 부분 인용한 작품은 황병승 시인의 「여장남자 시코쿠」의 일부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시가 실린 「여장남자 시코쿠」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는 2010년 〈 한겨레 21 〉에서 실시한 문학평론가ㆍ문학전문기자ㆍ서점 MD가 꼽은 2000년대 최고의 시집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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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 같이 읽을래?] 내가 사랑한 고독
내가 사랑한 고독 -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을 읽고 김가현(고양예고 3학년)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신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꿈과 현실의 방 사이를 떠다닌다. 당신의 눈꺼풀 위에는 여전히 푸른 햇빛이 아닌 꿈속 어둠이 내려앉아 있고 귓가에는 알 수 없는 낱말들이 오간다. 그것들은 꿈속에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시차를 가진 언어이다. 당신은 그 가늠할 수 없는 시차에 홀로 남겨진다. 그 세계에서 선명한 것은 당신의 감정뿐이다. 햇빛이 어둠으로 변모하는 세계 속에서 당신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감정뿐인 것이다. 황병승 시인의 『육체쇼와 전집』 역시 이러한 시차 속에서 시를 시작한다. 이 시집의 제목이자,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라 할 수 있는 시 「육체쇼와 전집」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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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디트로이트 육자매 클럽
디트로이트 육자매 클럽 황병승 이곳은 문신중독자들의 천국 스트레이트 버거에선 유리조각이 씹힌다 왜 안돼 괜찮아 나쁘지 않아 부서진 이빨을 재떨이에 뱉고 피가 번지는 보드카 큰 컵을 단숨에 털어 넣는 트럭운전수들, 벌리고 있는 육자매 아가씨들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하드코어 랩이 테이블을 흔들고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흑인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고 약을 사야한다 굼벵이, 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거친 인생을 배우고 싶니? 해피 뉴 이어, 해피 빅 팻 슬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