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식탁, 세계화되는 몸의 현장
전통은 자연에 대한 깊은 경의와, 자연과 인간의 화합 및 공생의 관계에 기초했다. 그러나 “식탁 위에 문명의 전부가 올라오는 지금”, 우리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누가 어디서 어떻게 보냈는지/도무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상품을 먹으며 소외와 익명의 감각에 길들여진 채 현대적 삶modern life을 영위한다. 단언하건대, 매끼 지구적 규모의 식탁에서 밥을 먹는 세상에서는 정체불명의 음식-상품의 운명은 그것을 먹고 살아가는 인간-주체의 운명과 점차 구별될 수 없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러한 세계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가장 곤혹스러운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 될 것이다. 방부 처리된 세계화의 먹거리들은 몸을 오염시키고, 자연(의 생태감각)을 오염시키며, 고유한 삶의 전통과 문화를 오염시키며, 인간-주체를 오염시킨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마구마구 피뢰침
수전 팔루디는 "남녀 간 상호이해만이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골목의 아이
우리는 화합 불가능한 적이자, 선의의 경쟁자였고, 오랜 시간을 함께 다퉈온 암묵적 동지였다. 나는 성견이 된 그의 자식들의 얼굴을 모두 알고 있었다. 개의 시간은 인간보다 빨랐다. 흑백이 명확했던 털들은 성견이 되자 회색으로 뒤덮였다. 길에서 태어난 그들은 누구보다도 골목과 잘 어울렸다. 나는 무수한 전투의 시간들을 통하여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먹이 앞에서 거칠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의 습성이었다. 우리는 모두 먹다버린 음식 찌꺼기를 구걸하는 족속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의 무기를 방어를 위해서만 사용했다. 나는 그들이 잔반으로 배를 채우는 것을 묵인했다. 노인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멀리서 잔반통을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소리, 간헐적인 침묵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잔혹한 이미지가 뒤를 따랐다. 습관적으로 문밖으로 나서 그를 마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