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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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최인훈의 『광장』을 통해서 본 ‘유토피아’의 의미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길은 ‘자유가 보장된 평등’ ‘평등이 전제된 자유’를 추구하는 길이고, ‘경쟁이 보장된 협동’ ‘협동이 전제된 경쟁’을 추구하는 길이며, 또한 ‘사생활이 보장된 유대’ ‘유대가 전제된 사생활’을 추구하는 길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 언뜻 보아도 - 이 길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생각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조차 합니다. 경험에 의하면, 자유를 보장하면 평등이 깨어지고, 평등을 전제하면 자유를 제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경쟁을 허락하면 협동이 깨어지고, 협동을 하면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한 개인의 사생활을 내세우면 공동체의 유대가 깨어지고 공동체의 유대를 내세우면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최인훈이 『광장』에서 상징적으로 설정한 ‘밀실’과 ‘광장’의 관계이기도 하죠. 밀실과 광장은 결코 같은 공간이 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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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소파어웨이 (So Fa,r Away)
근면, 자조, 협동! 이제 대한민국의 교육은 소파더를 계기로 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논제는 소파 무용론에서 게으름의 찬양을 지나 현대 사회의 교육 문제까지 나아갔다. 물론 더 멀리까지 갔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나와 엄마는 거기까지 보다가 채널을 돌렸다. 따뜻한 소식도 더러 있었다. 소파와 함께 이동하기 위해 트럭을 구입하는 가정이 많아졌다는 소식이었다. 화물차의 비중이 커지며 도심 곳곳에 교통 대란이 빈번했다. 왜 이렇게까지 데리고 다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여성은 ‘가족은 항상 함께여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누리꾼들에 의해 이 가족은 오랫동안 기러기 가족이었으며, 십여 년 만에 소파로 상봉한 사실이 밝혀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소파더 사태 : 아빠는 왜 가구가 되었나?’ 편에서 조사된 통계에 따르면 소파더 전체에서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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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단어가 내려온다
물리적 조건으로는 어느 것 하나 유리할 바 없는 원시 인류가 생존하려면 높은 수준의 사회적 협동(이를테면 그룹 사냥)이 필수였다. "매머드!" "사냥!"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정적인 구문('숲 너머 초원에 가면 매머드 떼가 있고, 우리는 그들을 절벽으로 몰기 위해서 불을 사용해야 한다')을 사용해야 한다. '사냥하다'뿐 아니라 '사냥했다'와 '사냥할 것이다' 같은 표현이 가능해진 무렵의 어느 아침, 첫 사냥을 나서기 전 잠을 설친 누군가의 머릿속에 '사냥'이 내렸을 것이다. 열다섯 살짜리 인류의 조상은 그저 사냥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생각했다. (선사시대의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중세 이후 지학은 어떤 말이든 '단어'만 내렸다. 혹은 지학에 참여한 말만이 단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명사와 동사, 형용사와 부사, 감탄사와 심지어 조사까지 모든 품사가 인간에게 내렸지만, 어미만 내린 적은 없었다. 그래서 한국어에서 어미는 '단어'가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