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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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상실의 형식 (1)
현장비평 2023년 비평연재는 두 명의 평론가가 3회씩 연재하며, ‘시대와 작품을 가로지르는 비평가의 눈’이라는 주제로 보다 확장된 문제의식을 펼쳐 보인다. 상실의 형식 (1) 김요섭 할아버지의 죽음은 작은 기억의 조각들로만 나에게 전해졌다. 어린 시절 내가 할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실은 그가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것, 아버지와 다른 어른들이 조심스레 내비치던 그리움과 원망 정도였다. 내가 군대에 입대했을 무렵에야 아버지는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해주셨다. 군복무 중 갑작스레 고열로 입원한 자신을 살리기 위해 할아버지가 어떤 이들을 찾아가서 한 부탁에 대해서였다. 70년대 초 열악한 군대의 의료 환경에서 초임 부사관이 제때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했던 부탁 때문이라고 아버지는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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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시장에서 생태계로
현장비평 2023년 비평연재는 두 명의 평론가가 3회씩 연재하며, ‘시대와 작품을 가로지르는 비평가의 눈’이라는 주제로 보다 확장된 문제의식을 펼쳐 보인다. 시장에서 생태계로 김미정 〈연재를 시작하며〉 개인적으로 ‘생태’라는 말이 들어간 모임을 통해 여러 지역, 각 분야의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온 지 5년째이다. (기후)위기 시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다양한 문제의식을 주고 받아오고 있었다. 그래서일지 자연스럽게 ‘생태’라는 말과 그 사유에 대해서도 이리저리 고민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3회에 걸친 지면이 주어진 차에 그 고민을 연결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본주의 바깥 없음을 거듭 확인하는 오늘날, 상품미학 이외의 미학의 설득력을 고민하던 차이기도 했다. 가령, 문학을 시장이 아니라 ‘생태계’ 모델로 다시 조망한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1회 여는 글에서는 문학을 시장으로부터 생태계 모델로 이동시켜 사유해보려는 맥락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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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경제적 자유’와 그 주체들
[현장비평] ‘경제적 자유’와 그 주체들 : 김수현의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와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 유인혁 1. 투자자, 혹은 경제적 자유의 주체 마이클 무어의 <식코SICKO>(2007)는 자본주의적 사회의 공포에 대한 가장 재기 넘치는 재현 중 하나다. 이 다큐멘터리는 도입부에서 보험이 없어 다리의 자상을 직접 꿰맨 아담과, 약지와 중지 중 하나만 접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릭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 다큐가 릭이나 아담처럼 무보험의 취약층이 아니라 보험이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그러니까 비교적 덜 불안정한 상태의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재난에 대한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못 박았다.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식코>는 특수하지만 아주 일반적인 공포의 현장을 열어젖혔다. 김수현의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이후 『개미는 왜』로 표기)와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의 장점은 과연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