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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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얼음이 산벚나무 발목을 꽉
얼음이 산벚나무 발목을 꽉 배한봉 비음산 용추계곡 소(沼)가 허연 얼음으로, 늙은 산벚나무 발목을 꽉 붙잡고 있다 연분홍 봄날을 계류로 흘려보내기만 했던 소(沼)가 이제 더는 그럴 수 없다고 겨울부터 미리 산벚나무를 온 힘으로 꽉 붙잡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제 더는 용서 못한다고 이웃 영진이 할매가 바람난 영감님 허리춤을 꽉 붙잡고 있는 것이다 수태가 저승꽃같이 말라붙은 산벚나무 그래도 역정 한 번 내지 않는다, 뼛속 바람 소리가 거칠게 꺾어져도 삐쩍 마른 팔로 시린 하늘이나 휘휘 젓는 산벚나무 그 발목 붙잡고 입 꽉 다문 용추계곡 그러니까 소(沼)의 허연 얼음은 아무리 추워도 우리 오래오래 사랑하자는 굳센 맹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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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힘
이제 저 허연 광목 필 틀어잡고 남김없이 부서지는 물보라의 화염으로 당기는 것, 개벽 당시를 본다. 고요는 마침내 만발, 만삭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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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소혹성의 나날들 2
소혹성의 나날들 2 허연 첫 얼음이 언 어느 일요일 아침 녹슨 중장비 널려 있는 재개발구역 종주먹 쥔 볼이 튼 여자아이 하나 폐유 깡통에 걸터앉아 세월에 모이를 주고 있었다 간간이 노랫소리가 들리다 사라지곤 했다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