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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함께 읽을래] 난민입니까? 여행자입니다!
[함께 읽을래] 난민입니까? 여행자입니다! - 장이지 시집 『라플란드 우체국』 이강진(문학평론가) 영화 <가디언즈(Rise of the guardians, 2012)>는 재미있는 상상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각각의 기념일들을 상징하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수호하는 정령들이 있고, 그들은 저마다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믿어주는 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정이지요. 만약 반대로 아이들이 그들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면, 이 ‘가디언’들은 순식간에 가지고 있던 힘을 잃은 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반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직 자신의 존재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이들만이 타인과의 소통의 장에 나설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저 상상은, 과연 동화 속의 정령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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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함께 읽을래]『 사랑이 채우다 』를 읽기 위한 몇 가지 열쇳말
[함께 읽을래] 『 사랑이 채우다 』를 읽기 위한 몇 가지 열쇳말 - 심윤경, 『 사랑이 채우다』(문학동네, 2013) 노대원 우리는 자주 소설의 이야기와 인물에,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과 깊은 사유에, 세계에 대한 폭넓은 시야에 감동 받습니다. 여기서 감동이란 말은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의 이야기와 인물에 깊이 공감한 뒤의 정서적 상태를 일컫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작가는 신이 아니며, 소설은 무오류 - 무결점의 경전이 아닙니다. 소설은 찬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소설과 논쟁하거나 소설의 인물들이 못 다한 생각과 말들을 독자가 대신 해줄 수도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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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느비에브, 다정하고 상냥한 유부녀, 그조차 어둡고 희미해져서 트럭과 사람과 오리와 캘리포니아, 시카고, 캘리포니아 호텔과 존, 드럼 치는 존, 해변에서, 해변에서, 존, 건반도 치고 베이스도 치는 존, 양파와 햄과 바람과 모래와 보리밭, 해변의 불빛들, 해변의 흔한 것들이 함께 어두워지고 함께 무너지고 함께 사라졌다. 한 무더기로 사라졌다. 최후의 해안선처럼. 그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시한 일들. 말하지 않아도 아는 해변의 일들. 흔한 일들. 가령. 해변에 불가사리가 많았다. 사람들이 던진 유리병 속에 들어가 있었다. 저물고 어두운 해변에서 유리병들이 한 번씩 빛났다. 저것 봐. 빛나고 있어. 밥이 말했다. 마가렛처럼. 그렇구나. 그렇구나. 다른 밥이 말했다. 마가렛처럼. 말할 수 있을까. 밥이 말했다. 한 번 더 말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마. 다른 밥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밥과 밥이 해변에 앉아 울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