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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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멀미
이 정도 일로 학폭 다 받아 주면 안 걸리는 애들이 있겠어요? 현서 엄마는 내친김에 다 풀어놓는다는 듯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을 길게 늘어놓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학폭위 열려도 우리 애들 크게 잘못한 건 없으니까 사과 정도로 끝나겠지만, 그런 일 있고나면 괜히 트라우마 생길 수도 있고 학교 서류에 남는 것도 찜찜하고. 그래서 말인데… 해준 엄마가 그쪽 한번 만나 볼래요? 주안 엄마를요? 왜, 전에 보니까 둘이 이야기도 좀 하고 지내는 것 같고…. 자기가 말도 나긋나긋하게 잘하잖아. 애들 학폭까지는 안 가는 걸로 잘 좀 얘기해 봐요. 사과를 원하는 거면 우리가 다 같이 사과도 할 수 있고, 돈을 원하면 뭐… 그것도 우리가 어느 정도 합의해서 주고 끝내면 되는 거니까. 돈이요? 결국 그쪽에서 원하는 건 뻔하지 않겠어요? 애를 빌미 삼아서 한몫 챙겨 보려는 거지. 이래서 없는 사람들이 무섭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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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폭력의 공식
수완이 아빠가 학폭 열면 너 어쩔 건데? 일 벌려 부모님 오시게 할라고? 아주 네가 우리 학교 전설인 네 누나들 얼굴에 먹칠을 할라고 작정을 했구나.” 누나들을 들먹이자 내 안에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른다. 샘들한테 한두 번 당한 비교질이 아니라서 더 짜증난다. 하지만 그건 딱히 샘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그냥 오래 전부터 내 안에서 뭉쳐 있던 불만의 체증에 불씨가 붙어 미친 듯이 불길이 번지는 것만 같다. “헌석아, 샘이 초기 진화해 줄라고 애쓰는 거 안 보이니? 협조해. 셋 셀 때까지 입 안 열면 나 손 뗀다.” 난 입을 더 야무지게 다물었다. 절대 입을 열면 안 된다. 내 안엔 적의가 활활 타고 있어서 지금 입을 떼면 욕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여기서 두 자리 숫자 욕이 입 밖으로 뱉어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이다. 1 + 1 = 2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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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우주의 무리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만 학교 망신시키지 말고 학폭 같은 피곤한 일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있는 데서 선생은 우주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태웅이는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모범생이며 학교를 빛낼 학생으로 학교와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했다. 과학고 입학을 준비하며 내신 관리를 위해 전학 왔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우주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였다. “아, 그리고 확실히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먼저 게임 레벨 올려 준다고 한 건 우주이고, 먹을 것도 언제나 우주가 먼저 사 주겠다고 그랬답니다.” 이 말은 시끄럽게 해 봤자 당신 아들만 손해라는 협박이었다. 태웅이와 지수는 떳떳한 피해자인 양 떠들고 다녔다. 우주는 그 뒤로 학교에서 입을 닫았다. 태웅이와 지수 무리에서 벗어난 우주는 수근거림과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 막무가내로 우주가 친구를 그것도 절친을 배신한 것으로 몰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