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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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폭염
폭염 최지은 약속은 잊은 채 거실에 누워 있는 일요일 오후 거북이 한 마리 발목을 스치고 검은 머리칼 사이로 숨어든다 가끔씩 새우가 튀어 오르기도 하는 여름날의 투명한 꽃병 반만 열린 창밖에서 하얀 올빼미 떼 하염없이 날아들 때 내 머릿속 가득 짖어대는 내가 잃어버린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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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시] 반, 반
반, 반 송성엽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반, 반이면 좋겠어 폭염 아래 눈 맞을 수 있을까 물구나무로 걸어 다닐까 무엇이든 되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반반 마니아를 위한 획기적 발명품 설명서- 달콤하면서 매콤해,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아무도 널 가둔 줄 몰라, 사파리 공원 이상과 현실의 운명적 만남, 메이드 인 차이나 지긋지긋하지만 떠나지 못해, 달과 달동네의 애증 관계 -급하면 뒤집어서 사용하시오- 세상의 모든 반반 마니아들이여 그를 사랑해줘 얼굴론 또이 예우 엠* 입으론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그 남자 짬짜면 같은 남자 무엇이든 되거나 이도 저도 아니거나 * 또이 예우 엠 (Toi yeu em) : 베트남 어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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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무릎
거대한 뿔과 이를 가는 뼈다귀들 사이에 찌푸리고 있는, 헐떡거리고 있는 순결로 주조된 폭염, 붉고 붉은 빛의 늘어진 혓바닥, 그 위로부터 솟아오르는 구린내 나는 구름, 그 위로 악취로 김을 내고 있는 하늘 위 배설물 덩어리인 혹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