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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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기획소설_HOTEL③] 아일랜드 페스티벌
정기 운항은 끝난 지 오래였고, P아일랜드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페스티벌 참가자들뿐이었다. 안내방송이 끝나자 그래서 지금 나가면 환불을 해준다는 거야, 뭐라는 거야, 하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불평이 터져 나왔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서.” 자원봉사자에게서 돌아온 말이었다. 그들은 그때 비를 맞으며 음료자판기를 천막 안쪽으로 들여놓고 있었다. 낮 동안 초록색 조끼를 입고 페스티벌 장을 어슬렁거리던 스태프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천둥이 쳤다.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반으로 나뉘었다. 짐이며 우산마저 내팽개치고 무대 앞에서 뛰노는 이들과 천막 아래 앉아 비가 그치거나 페스티벌 측이 어떤 결정을 내려 주기를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가로등과 무대 조명이 닿는 곳마다 바늘처럼 쏟아지는 빗줄기가 하얗게 비춰 보였다. 여름비가 차가웠다. 나는 천막 아래 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사정을 말하자 한 남자가 선뜻 전화기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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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소설 「펀펀 페스티벌」1)에서 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 같은 찝찝한 불쾌함 속에 가둬 두는 인물은 메시지의 송신인인 ‘이찬휘’이다. 이찬휘는 누구인가. 오 년 전, 지원이 참여했던 한 기업의 합숙 면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던 그는 소설 속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1) 이 글은 계간 《문학동네》 2019년 겨울호에 실린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을 주된 분석 텍스트로 삼으며, 그 외에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작품은 모두 『일의 기쁨과 슬픔』 (창작과비평, 2019)에서 가져왔다. 세상에,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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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콥 하인과 마찬가지로 지난 5월 ‘서울, 세계 젊은 작가 페스티벌’ 때 알리사 발저와 처음 만났다. 페스티벌이 열리기 전, 나는 외국작가 참석 명단을 보다가 알리사 발저의 이름을 발견했다. 십 년 전에 읽은 『이것이 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가 떠올랐다. 그 책에 실려 있던 소묘들이 떠올랐다. 자유로운 글쓰기, 라고 다시 발음해보았다. 페스티벌, 첫날 저녁 만찬 때였다. 나는 내 이름이 씌어진 원형 테이블로 다가갔다. 내 맞은편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각자 자리에 앉은 채로, 우리는 첫 인사를 눈으로 나누었다. 그녀가 천천히 미소 지었다. 청결한 평화와 소박함. 그것이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페스티벌 때 우리가 토론했던 주제는 ‘문학에 있어서 새로움이란 무엇인가?’였다. 작가로서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움’을 찾는 것보다 바로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더 큰 문제로 느껴졌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