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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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풍경을 건너가는 풍경
따뜻한 적막, 풍경을 건너가는 시간 김행숙 2005년에 나온 『파문』이라는 시집이 선생님이 출간한 마지막 시집인데, 이제 또 시집 나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김명인 시집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에 시집 문의를 하기도 했고요. 작년부터 내가 이상하게 좀 흐트러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반쯤 정리를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다 정리가 되면 올해 안에 시집을 낼까 해요. 그렇게 된다면 4년 만에 나오는 시집이죠. 김행숙 『파문』은 시간에 대한 사유와 이미지가 유난히 많이 드러나는 시집이었습니다. 『파문』이라는 시집의 맨 마지막 시가 ?따뜻한 적막?인데요, 이것은 2006년에 간행된 시선집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적막’이나 ‘적요’는 선생님 시에 특별히 빈도수가 높은 어휘이기도 하면서, 특별한 세계이며 시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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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캠프 참가후기] 너희가 죽인 내세에서, 내가 죽은 중세까지
총에 맞아 파문(波紋)하는 물. 해가 있던 하늘의 언저리에서 그림자의 무늬를 수소문하는 달이 나를 어슴푸레하게 비춘다. 거대한 가로등처럼. ―가져가. 내가 너희에게 총을 건네며 말한다. 너희는 아무도 선뜻 총을 받아들려 하지 않는다. ―어서. 나는 너희 중 누군가의 손에 총을 쥐어준다. 그 애는 총을 쥐려 하지 않지만 총을 쥔다. 풀린 손. ―지금 너희 손끝에 장전되어 있는 건 총이 아니라 나야. 나는 이마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인다. ―여기야. 너희는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당겨봐. 나는 총구에 이마를 대고 총신에 한 손을 얹는다. ―자. 나는 방아쇠에서 망설이고 있는 아이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얹는다. ―자. 너희는 눈을 감는다. 세계는 맑다. 나무는 몸 안에 생물들을 기르며 자신도 생물임을 증명했고, 꽃과 잎이 그 증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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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헤어짐을 짓지 않기로
죽음까지 달려가는 노래: 『소년이 온다』 파장과 파문 『작별』에서 작중 작가는 4년 전에 쓴 작품을 간간이 언급했었다. 그 책에서 누락했다는 장면 묘사를 읽노라면 자연스레 한강의 실제 전작인 『소년』으로 파장이 미친다. 죽은 정대와 동호를 놓고 ‘온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두 아이의 마지막 시간을 말하는 인물들과 증언의 파문 때문이다. 여기서는 『소년』을 예술미학으로 읽으면서 캐릭터들의 음악 경험을 추체험해 본다. 노래 부르는 대중은 어떠한 의식으로 뭉치는지, 소년 서사의 리얼리티와 음악 감정이 어떻게 서로 스미는지, 노래의 떨림 안에 자신의 위치를 긍정적으로 정립시키는 대중심리가 어떠한 비(非)분리의 원칙을 따르는지에 대해서다. 근대의 세계관으로는 이성은 정확하고 확고하나, 감정은 불안하고 의심스럽다는 관념이 우세하다. 『소년』에서 비장하게 울리는 애국가 표상도 이성/감성의 작용으로만 보면 ‘나라’라는 이성과 ‘노래’라는 감성이 비대칭으로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