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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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여름 직물
여름 직물 추성은 반팔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내 앞을 우르르 뛰어간다 책에서는 골목 귀퉁이를 네 번 꺾을 때까지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으면 그때부터는 뒤돌아보지 말고 뛰라고 적혀 있었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해 종이 귀퉁이를 접는다 방에는 네 개의 모서리가 있고 인테리어를 못 하는 사람은 보통 가구를 전부 구석에 몰아넣는다는데 뭐든 잘하지는 않고 그러면서도 곧잘 아이들의 뒤를 쫓아가고 책을 읽으면서 보편을 배우는 귀퉁이의 나 사계절 내내 선풍기를 방 안에 두고 모서리에 세워 둘 적절한 물건을 고르면서도 세탁기에 넣지 않아도 될 여름옷을 잘못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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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제철과
제철과 추성은 찢어진 우산살이 전봇대에 꽂혀 있었지. 너는 화장실에 간 채 돌아오지 않았고, 나의 가치는 짧은 처마에 들이치던 비가 적셔버리던 투명하고도 교묘한 계절. 사람들이 저마다 돌보는 화분 밑에서는 열매 영그는 대신 개미가 자라나고. 휘파람과 여름 모과 냄새가 시작되는데, 아무도 우산을 들고 외출하지 않았지. 왜 장미는 쓰레기장 옆에서 자라는 걸까. 울타리로 두 영역을 구분하지만. 구획 없는 두 가지는 서로를 넘나들고 있지. 향기를 쫓지 마. 오물로 가득 찬 쓰레기봉투. 그곳에 폐지가 된 나의 마음이 온몸 옹송그린 채로 누워 있을 테니까. 자기가 장미인 줄 알고. 비를 맞고 서서히 자라나겠지.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겠지. 한 치수 큰 줄무늬 샌들을 신은 채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모양을 한 나의 영혼이. 손 씻으러 간 네가 흘리고 간 아이스크림 모양대로 뙤약볕 밑에서 익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