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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사랑
최용탁
“가다가 출생신고 하고 가지.”
부스스한 얼굴로 미역국을 뜨던 연옥이 기어들어 가는 소리를 냈다. 나가려던 해봉이 돌아서서 잠시 멀뚱히 바라보자, 연옥은 잊었던 일이 생각나기라도 한 듯 옆에 앉아 밥을 먹는 둘째 은영이의 턱에서 밥알을 떼어 제 입에 넣는다. 그러나 정작 팅팅하니 부기가 오른 제 입 꼬리에도 밥풀이 붙어 있다. 해봉은 저도 모르게 짜증이 인다.
“애 이름도 안 지었는데 무슨 출생신고여?”
“지난번에 지어논 거 있었잖어유.”
연옥의 목소리가 더욱 기어들어 갔다. 말끝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건 늘 하는 말본새지만 오늘따라 짜증을 더했다.
“그기 아들 이름이었지, 딸아 이름이었나?”
“그럼 아무거나 지어서 올려유.”
“아무거나? 머시라고 지을까? 삑싸리라고 질까?”
해봉은 너무 심한 소리가 나갔구나 싶어 속으로 아차 했지만, 그대로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그러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불퉁거리는 속내가 드러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