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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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별한 너무나 특별한 민들레문학특강
최수철 작가가 번역했어요. 『우연』도 읽었는데 그 작품도 최수철 씨가 번역을 했더군요.” 봇물 터지듯이 그가 읽었던 책과 작가를 나열하는데 마치 문학사 강의를 듣는 것만 같았다. “십여 년 넘게 각종 문학상 작품집을 빠짐없이 읽었어요. 그래서 우리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 성향, 동정까지도 꽤 상세히 알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도 발표되면 빠지지 않고 읽었어요. 1976년일 거예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솔 벨로라고. 신문에 났기에 읽어 봤죠. 『허조그』.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읽었어요. 그의 다른 작품 Seize the day도 찾아 읽었습니다. 이해되든 안 되든 내 식대로 읽었어요.” “솔 벨로라고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20여 년 전 박사과정을 밟던 중 미국현대문학 강좌에서 읽은 유태계 미국 작가 솔 벨로. 두 번 다시 듣는 일은 없을 것 같던 그 종소리 같은 이름이 손님 없어 서둘러 셔터를 내린 영등포시장 뒷골목 “군산식당”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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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검은 책, 이스탄불 그리고 서울
[작가가 읽은 책] 검은 책, 이스탄불 그리고 서울 최수철(소설가) 몇 년 전에 나는 터키를 여행하면서 이스탄불에 사흘간 체류한 적이 있다. 이스탄불처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온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두텁고 심오한 텍스트를 접하는 일과 흡사하다. 더욱이 나는 일찌감치 지중해권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 지역을 여행했으며, 특히 이스탄불의 경우에는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나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과 같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전후로 기독교의 십자가와 이슬람의 초승달이 각축하는 과정에 대해 각종 매체와 문헌을 통해 틈틈이 정보를 쌓아 오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그의 다른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 이어서, 얼마 전에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검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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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삶은 달걀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단편소설] 삶은 달걀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최수철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1. 삶은, 삶은 달걀이다 유럽의 한 지역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가을이 깊어 가던 어느 날, 호젓한 강변에 자리 잡은 작은 호텔에 묵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내가 창가의 탁자에 앉자, 여종업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달걀을 어떻게 해드릴까요?” 오래전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제는 프라이드 에그와 스크램블드 에그, 오믈렛 중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프라이드 에그에는 서니사이드 업과 오버 이지 두 종류가 있으며, 서양인들이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를 ‘프라이드 에그’라고 부른다는 사실 또한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내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