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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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관조의 삶
작가소개 / 천정완 경북 문경 출생. 2011년 「팽- 부풀어 오르다」로 창작과비평사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과 희곡을 쓰고 있으며 창작집단 독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장웹진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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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중편연재] 그녀의 잠 3
그녀의 잠(제3회) 천정완 나는 기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는 원래 아무것도 없으니까 내가 잘 돼서 뭔가를 만들어 보라고, 내가 공부라도 잘해야지 가족들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고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바깥에 있고 끊임없이 안에 있는 나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그 자리에서 지워졌다. 나는 침묵했다. 침묵만이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됐다. 6 미영의 엄마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어깨 위에 쌓인 눈을 툭툭 털고는 내게 가볍게 인사했다. 비현실적인 모습이었다. 미영이 입원을 하고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미영의 엄마를 마주한 나는 말없이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를 그녀에게 내주었다. 그녀는 오래 준비한 사람처럼 미영의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을 만지고 미영의 손을 잡았다. 손은 여전히 따뜻하구나. 그녀는 미영에서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늘 미영이 손을 걱정했어요. 미영의 엄마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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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중편연재]그녀의 잠4
그녀의 잠(제4회) 천정완 나는 말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가장 확실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것들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와 미영이 조금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때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라고 생각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을 놓지 않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10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전부 도전하고 실패를 인정하라.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당신은 후회 없는, 성공한 인간이 돼 있을 것이다.’ 켜놓은 라디오의 마지막 멘트였다. 근사한 음악이 흐르고 광고가 이어졌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전부 도전하고 실패를 인정하자. 나는 그 말을 한 번 되새겨봤다. 생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었다. 늘 같은 구조의 문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면서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강박을 느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