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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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황홀한 거울2
황홀한 거울2 -창귀(?鬼) 전형철 둑방에 서 보면 호랑이가 물밑에 어른거린다 저수지를 쌓은 후 산범들 처용의 신세 물속에 가만히 웅크려 있다 처녀애만 잡아간다 스무나무꽃 고샅에 아득하던 날 으스름달 풀리던 이내 한 모금에 애를 밴 언청이 목 부러진 목각인형 배냇저고리에 싸안고 암괭이처럼 그르렁대다 별 달 없는 어둑 밤 내 이름을 부른다 수줍은 저 장지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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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대원의 소원
조금 더 멀리 간다면 〈창귀〉나 〈쥐〉를 틀어 주며 곡의 배경이 되는 옛날이야기를 해 주면 다들 흥미롭게 듣곤 했다. 다만 비가 와 우중충하거나 밤에 듣기는 조금 무서운 노래라서 〈윤무〉나 〈상사화〉로 대체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레퍼토리를 시도해 봤는데 다른 노래보다는 역시 옛날이야기가 섞인 두 노래가 가장 반응이 좋았다. 오늘 손님은 통 대꾸가 없었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대로변에서 내리고 말았다. 대원은 너무 자기만 말했나 싶어 손님이 사라지는 골목을 잠시 바라봤다. 금방 영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차,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 대원은 분주하게 핸들을 돌렸다. 식당에 도착하니 영환이 이미 밥을 한술 뜨고 있었다. 찌개에서 김이 폴폴 나는 것을 보니 이제 막 나온 것이 분명했다. 영환이 먼저 주문해 두겠다기에 대원은 고민하다 오늘의 국을 골랐다. 여러 찌개를 고를 수도 있고, 매일 바뀌는 국 메뉴를 고를 수도 있는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