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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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진수미 취기를 따라 비틀거린다 옷 벗은 알코올의 혀가 전신을 핥고 지나갔다. 적조는 쉽게 떠나지 않아요 오늘 우린 태양─유령─이라 불러 주기 이 도시에서 네 時의 작명가처럼 시시한 게 또 있을까, 달의 둥근 숟가락도 희미해지는데 길을 것이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단 얘기지 472와 293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어쩐지 우리는 통로 같지 않아? 절멸로 가는 자연사 박물관이지 희미하게 올라가는 달의 입꼬리 새 덧니가 반짝 보였다 사라지려는 찰나, 사랑해 우리는 유령처럼 입을 맞췄다. 보이는 것이 다 붉었다. 입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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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ilu?ː??nist〕
nist〕 진수미 1. 모퉁이를 돌면, 세상 빛이란 빛 모두 사라지리라. 이 모퉁이를 꺾어 들면 그리하여, . . . . . . 가등은 여전히 휘황하고 쏟아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고양이 한 마리 꼬리를 쳐들고 유유히 빛을 횡단하는구나. 2 이것은 환시고 저것은 fact고, 너무 그러지 마요. 세상의 골목이란 골목은 모두 가로지르라 있는 것, 거리를 휘저으며 달려가는 불로 된 바퀴들 ? 입 벌린 생선처럼 어처구니없이 가로수는 재(灰)로 돌변하는데 이것은 환청 저것은 난청 내 두 귀를 흘러 다니는 뾰족한 이것은 뭐지? 3. 누군가 어디에선가 세계의 스위치를 오프로 내리고 또 내려도 너는 쉽게 떠나지 못하지 실 같이 가는 고양이들 아슴푸레 뜬 눈빛으로 스러져 가는, 4. 네 메일을 오늘에야 받고 답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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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매그놀리아
진수미 구멍일 뿐이지 나는 당신들의 피리, 자유롭게 들락거려도 좋아 혈관에 새기고 싶은 흐르는 글자들이 생겼어요 붉은 피가 덕지덕지 엉겨붙어 만년필을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올봄 저 목련은 만개를 모른다 수척한 뺨을 허공에 부비다 이내 촉대에서 굴러 떨어진다 담요를 두르면 덜 아플지도 몰라 창틀에 서서 발끝으로 죽음의 너비를 재본다 그들은 한없이 선량한 친구 눈웃음치고 있다 (합창) 우리가 죽어 봐서 아는데 (합창) 우리가 죽어 봐서 아는데 네 몸을 탈취하자마자 사각사각 안구를 돌려 깎는다 과일처럼 망막에 맺힌 시간들이 소용돌이치며 흩어질 때 손바닥만 한 쟁반 하나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흐느낄 수나 있을까 지난봄부터 찌개는 상한 것도 멀쩡한 것도 아닌 상태로 냄비 안에서 숨을 쉬고 사람들은 조금씩 죽어 갔습니다 남산을 오르는 차창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을 때 복화술사들은 모르는 人形의 얼굴로 손잡이에 매달려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