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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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최백규 까닭 없이 피가 돌아 소란스럽다 쓰러진 나무가 몸을 씻고 있다 지난밤의 살냄새를 더듬으며 집 앞을 서성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 틈 사이 새어 들어오는 햇볕이 머뭇거린다 머리를 말리고서 옥탑 위를 지나는 구름이 시들해질 때까지 찬 국수를 말아 먹는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 벗어 놓은 옷에 화창한 날 카메라 앞에서 짓던 웃음이 바래는 것처럼 십 년 만의 큰 장마가 지는 동안 십 년 전의 한나절을 되감는다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빗소리를 들었는데 창 바깥에서 빈 나뭇가지만 흔들리고 있다 홀로 온 새가 울고 가듯이 또다시 꽃은 쉽게도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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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장이지 너는 그것을 몰라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너에게 주려던 편지를 흐르는 강물에 버린 것을 네가 알까, 너는 모르지 그것은 흐르고 흘러 지하세계에 이르고, 지하세계의 구중궁궐의 아흔아홉 겹 그늘 속으로 가게 돼 머리가 둘, 팔이 넷인 괴이(怪異)가 그곳을 지켜서 힘이 센 괴이가 그곳을 지켜서…… 끝까지 너는 네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나는 앞서고 너는 내 뒤를 따르고 나는 가르치고 너는 배우고 그런 평범한 날들이 있었지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너는 손끝에 매단 실을 놀리고 나는 인형처럼 꽃처럼 흔들린 날이 있었지 네가 떠나면 나는 무엇이 될까 너는 손가락으로 가리켰지 내가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뉘앙스의 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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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글틴 동창회 설문조사 리포트] 십 년 동안의 선물
졸업 후에는 잘 찾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완전 끊었음’의 응답도 19.2%로 높은 편이었다. 글틴 졸업생들이 졸업 이후에도 찾아올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트나, 커뮤니티적 요소를 구성하는 쪽을 제안해봐야 할 것이다. 4. 글틴 활동 당시 주장원 혹은 월장원을 수상한 적이 있나? 당연히 캠프 참가자 대부분은 수상 경력이 있을 것이다. 36.5%의 학생들이 주장원을, 40.4%의 학생들이 월장원을, 17.3%의 학생들이 연장원까지 받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극소수, 이‘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작품 수준을 조절했다’는 ‘은둔고수’들의 응답도 엿보였다. 과연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누가 이렇게 응답했을지 정말 궁금하다. 5. 아직도 문학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폐인처럼 살고 있나? 이 문항에 58%의 응답자가 ‘관심은 있지만 목메고 살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2위로 24%응답자가 ‘신춘문예나 신인상 투고를 몇 번 해본 적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