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장 웹진》 2021년 기획 연속좌담 ‘등단’ 2차 : 확장성
조해주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해주 :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쓰는 조해주라고 하고요. 2019년에 〈아침달〉 출판사를 통해서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라는 시집을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최가은 : 네, 감사합니다. 방금 시집 출간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실 제가 등단과 관련한 이력을 통해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 이유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등단 절차를 밟아 작가가 된다는 것은 신인임을 공표(公表)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올해 신인은 이러이러한 사람들입니다.”와 같이 발표가 되면 청탁이 가고, 그렇게 작품 활동을 이어 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라고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등단 절차 이외의 것을 상상하려 해도, 정확히 어떤 방식과 절차가 있는지, 어떤 사례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강변식당
강변식당 조해주 사람들이 밀려든다 문이 열릴 때마다 식탁이 흔들린다 쓰러진 유리병에서 투명한 웃음들이 흘러나온다 무슨 냄새지 강은 물로 흐르는 길을 뜻하지만 물로만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물의 표면은 흐르고 있는 동안에만 구겨진다 멈추면 구김 하나 없이 매끈한 식탁보를 빼면 식탁이 보인다 강을 이루는 모든 물을 모조리 잡아당겨야 드러나는 밑바닥이 있다 낚싯줄 벌레 모자 상자 플라스틱 뼈 돌멩이 울렁거리는 유리병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발자국들 수많은 문턱을 둥둥 넘어서 다다르는 깊고 차가운 서랍 언제나 잡동사니로 가득 채워져 있다 손을 뻗어 집으려 하면 닿기도 전에 흘러가 버린다 그때 거기서 보자고 적힌 쪽지가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파리공원
파리공원 조해주 공원 한쪽에는 작은 코트가 있다 같이 해도 되나요? 농구 골대를 중심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 서로 밀어내거나 서로의 뒤에 있거나 몸을 낮춘다 인기척이 가까워지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는다 드리블하는 동안에 공은 아주 잠깐씩만 바닥에 붙어 있다 점점 가늘어지는 공 사람들과의 거리가 좁혀질 때쯤 패스하려고 팔을 뻗는다 공이 벗어난 순간 이미 알고 있다 잠시 후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지 아닌지 타인의 손끝이 살짝 닿은 것만으로 날아가던 공의 각도는 바뀌고 코트 바깥으로 튕겨 나간다 하고 있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공이 놓인다 나는 멀찍이 서 있는 사람을 부른다 저기요, 그것 좀 이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