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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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폴리스퀘어」외 6편
폴리스퀘어 조원 그만 부서지고 말았다 오토바이의 기억, 12월 벚나무는 벽돌처럼 단단했다 악몽과 흉몽에 번갈아 머리를 처박히는 순간 도형이 어긋났다 발목 하나가 피의 양념 두르고 버스 정류장까지 튕겨 나갔다 보드를 잃은 조각들 변질되고 싶지 않아서 서둘러 탑승하고 벚꽃 피기 전 입체 공간으로 전력 질주했다 헬멧 조각이 볼링공처럼 우뚝 선 가로수를 원 스트라이크 아웃시킬 때 봄이 찾아왔다. 빨갛게 육계를 벗어나 해체된 뼈를 온전히 끼워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회색 제복의 비둘기 구구구 사이렌을 울리며 회식을 즐겼다 강박 닫은 문이 닫힌 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닫은 문이 열린 문일 수도 있다 씻은 손에서 씻지 않은 손들이 태어난다 위쪽 구멍을 막으니 아래쪽 구멍이 뚫리고 신발, 배수구, 화장실, 혓바닥, 겨드랑이 귀신은 물 만난 고기처럼 떠든다 아가미도 없는 것들이 불을 지른다. 신문을 읊는다. 쌍욕을 한다. 담배를 피운다.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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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호텔 해운대
막 연애를 시작했던 조원 시절처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수정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키스는 달고 부드러웠다. 3자 모양의 갈매기가 파도소리를 물고 날아왔다. 시원한 파도소리에 부가세가 쓸려 내려갔다. 민우와 수정이 호텔 2층의 중식당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자장면 18000원, 황제짬뽕 39000원, 탕수육 42000원, 다행히 부가세 포함이었다. 수정은 예쁘게 원피스를 입으려고 어제 저녁부터 굶었다. 허기가 지다 못해 뱃가죽이 등에 붙을 것 같았다. 하지만 머뭇거리는 민우의 손을 잡고 식당 앞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호텔 해운대〉를 나와 해운대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누가 뭐라캐도 부산 사람한텐 국빱이 최고제." 민우가 수정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말을 하면서 무언가 미안한 듯 수정의 눈을 살짝 피했다. 수정은 그런 민우를 이해하면서 속상했고, 속상해하는 자신이 속물적으로 느껴지다가 친구의 인스타그램이 떠올라 다시 속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