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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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재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 소설(중단편)] 재회 박동현 소호야. 오랜만이네. 나 도현이야. 중학교 삼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네가 여름방학 직전에 학교를 그만뒀으니까 사실은 몇 달도 안 된 사이긴 하지. 기억 못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널 기억해. 네가 티브이나 유튜브에서 자꾸 나타났거든. 못 본 척 지나갈 수가 없더라. 네 무대 영상도 봤고 예능에 나와 출연진들을 웃기는 모습도 봤어. 또 네가 팬들에게 하는 애교도 보았지. 새 종이처럼 구김 없는 네 표정은 정말이지 신비롭더라.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는 애였다니. 드물게 찾아오는 남성 팬까지 한껏 안아주는 네 몸짓이 내겐 특히 놀랍더라고. 그래도 혹시, 정말로 내가 기억나지 않을까? 이렇게 묻는 건, 우리가 서너 달 정도만 아는 사이였다곤 해도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났기 때문이야. 이중원이나 김상진, 최준학 같은 이름들은 기억해? 너 항상 걔네랑 몰려다녔잖아. 그리고 나는 너희의 셔틀이었잖아.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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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
재회 이야기를 쓴다고 제 감정이 과거로 향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 텐데 민영 씨가 왜 이렇게 애처럼 구는 건지······.” 두 사람은 점차 격양되어 갔다. “그럼 진수 씨는 왜 가공과 재구성을 하면서까지 자꾸만 재회 이야기를 쓰는 건데요?” “그건·····.” 진수는 스스로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놀랐다. 왜 재회 이야기를 쓰냐고? 그는 지금까지 네 권이나 책을 냈는데 자신이 한 번도 ‘왜’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써왔다는 것에 놀랐다. 3 민영과 헤어지고 혼자가 된 진수는 생각했다. 작가들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만을 반복한다고 했다(헤밍웨이는 평생 ‘죽음과의 대결’이라는 테마를 변주했다). 나는 왜 매번 같은 패턴의 이야기 ─ 만난 사람들이 멀어졌다가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 ─ 를 쓰는 것일까. 진수가 민영의 의심처럼 ‘소설 속 모델이 된 과거의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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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공주시 데시그램북스(제3회)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재회」는 작가의 유학 시절 이야기를 섞어 만든 듯해서 앞의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좀 더 ‘소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보라 작가가 폴란드의 크라쿠프 시에서 유학할 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고 추측했습니다. 다만 앞의 작품들에 작가가 더 주력한 게 아닐까요? 작가의 야망이 느껴졌어요. ‘나의 창작’을 전설이나 민담, 나아가 신화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망 말이죠. 하지만, 민담, 전설, 신화는 아시다시피 ‘구비문학’에서 기원하죠. 최초의 이야기꾼이 만든 서사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입으로 전해지면서 가지를 치고 살이 붙고 또 덜어내면서 집단이 만드는 문학이죠. 그 결과, 굉장히 탄탄한 서사 구조를 지니면서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가 되죠. 그런 점에서 『저주 토끼』의 작가가 너무 큰 욕심을 내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본인 나름으론 굉장히 치밀하게 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 무모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