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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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정세랑의 많은 사람들
사건과 이후의 삶: 한국형 재난 서사가 남긴 것들 거리의 종교인들이 임박한 최후를 운운하며 속인들을 겁박하듯이, 난세에는 종말론이 유행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재난 서사는 목숨에도 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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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CHTO DELAT에서 옥인 콜렉티브까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에는 재난 대비가 부족한 사회 상황에 주목하여,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체조의 매뉴얼을 「작전명-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라는 영상으로 제작했다. 제주도에서는 오래된 음악 감상 카페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광주에서는 광주 항쟁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찾는다.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이 극한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타자와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시간성을 창출하고 몸짓과 놀이가 만나는 순간이 결합된 ‘상황들’을 창출하고자 했던 것처럼, 옥인 콜렉티브도 내외부의 타자와의 유연한 연대를 통해 그들과 공동체 내에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실천 속에서 예술과 놀이, 예술과 정치, 예술과 일상, 일상과 정치가 서로 만나고 교차된다. 세 명의 작가가 ‘옥인 콜렉티브’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세 작가 모두 개별 활동도 멈추지 않는다.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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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夏音
夏音 한요나 머스터드 너마저* 사라진다니 카온은 기분에 우산을 꽂아 둔다 카온은 아무리 많은 벌레를 죽여도 끝이 없어서 여름을 실수라고 부른다 카온이 잘못한 건 없는데 카온은 카온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를 내리면서 죄책감을 느끼면 우리 사이가 좋았으면 좋은 일은 그만둘 때 시작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상상만 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탈출 방 안에서 자꾸 작은 동물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요 산속에서 들리듯이 속에서 안에서 자꾸 카온은 부엌 불을 끄고 방에 들어갔다 소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에서 찾아왔어요 저 깊은 곳에서 재난 영화에 꼭 나오는 장면 같죠 암시 우리는 방파제와 멀지 않다 바위틈을 기어 다니는 벌레는 죽이지 않잖아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