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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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6단계 분리 법칙
[장르소설 특집] 6단계 분리 법칙 황세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텔레비전 뉴스에서나 더러 볼 수 있었던, 날벼락보다 더한 일이 우리 가족을 덮쳤다. 그 잔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나는 큰 소리로 웃으며 회사 근처에서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1차를 갔고 2차를 갔다. 아내와 처제가 두 시간 동안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는데 나는 가방에 넣어 둔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3차로 노래방을 가려는데 직장동료가 전화를 받더니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줬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계속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이어진 은비가 죽었다는 말……. 용하다는 병원을 수없이 드나들어 마흔이라는 나이에 겨우 얻은, 12살의 나의 천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나의 늦둥이 외동딸 은비가 잔혹하게 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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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와, 그레텔.
[장르소설 특집] 돌아와, 그레텔. 서미애 길을 잃다 길이 끊어진 곳에 다다른 뒤에야 윤희는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기억의 이정표 역할을 했던 갈림길의 커다란 느티나무는 시골길 어디에서나 불 수 있는 흔한 나무에 불과했다. 불완전한 기억에 의지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믿고 기꺼이 운전 핸들을 꺾은 게 실수다. 돌아갈 기회는 있었다. 마주 오는 차라도 만나면 한쪽으로 피해야 하는 좁은 시멘트 길이 나타났을 때 왔던 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니, 그나마 시멘트가 깔린 길이 끝나고 자동차 바퀴에 자갈이 툭툭 차이는 비포장 길에 들어섰을 때 멈춰야 했다.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낯익은 곳이 나올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점점 좁아지는 길을, 풀들이 무성해지는 길을 그냥 달려온 결과가 이거다. 자동차를 세운 윤희는 완전히 시동을 끄고 한숨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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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특집] 과부들 전건우 집에 돌아오니 장모님이 와 계셨다. 장모님이 사시는 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대여섯 시간씩 고속버스를 탄 뒤 늙은이 해소기침처럼 콜록거리며 달리는 기차에 올라서는 또 한 시간 정도 가야 이제 절반쯤 왔구나, 하는 곳이었다. 한 마디로 멀다는 거고 두 마디로 하자면, 웬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고는 절대 우리 집에 오실 일이 없다는 거다. 먼 길을 오시는 게 힘들었던지 노인네는 거실에서 모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언제 오신 거야?” 나는 턱짓으로 장모님을 가리키며 아내에게 물었다. “아까, 저녁때.” “왜 저기서 주무시게 해? 방으로 모시지.” “얼마 전에 잠드셨어. 나랑 이야기하다가…….” 아내가 안방까지 따라 들어오면서 대답했다. 평소와 다르게 내가 벗어 놓는 옷가지들을 받아 들면서 따라다니는 걸 보니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