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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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
우리 사이에 뭐가 있니 장대성 나는 너를 어르고 달래 주었지 베개 밑에 묻은 식칼을 과도로 바꿔 주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적이 귀신으로부터 방문을 걸어 잠그는지 아느냐고 나란히 누우면 팔꿈치가 닿는 침대 무드등의 얕은 빛이 어깨에 맺힐 때마다 우리는 각자의 악몽을 나누기 위해 손을 잡았지 어긋나며 흐르는 손금을 따라 빗길에 차를 몰다가 사람을 쳤어 개가 되어 밤새 누군가를 기다렸어 빛에 얼굴이 매몰된 사람이 네가 나를 찌를 거래 이불을 발로 차는 내 습관으로 우리의 꿈속에 한파가 찾아와 눈보라에 발목이 파묻힌 채 서로를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한다면 어쩌지 과일을 깎듯 서로의 피부를 쓸어내리다 문득 베개 밑에 묻어 둔 믿음이 두려워진다면 덜덜 떨리는 너의 어깨 너머에서 무드등의 불빛이 깜박거리고 내가 너의 귀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벽에 깃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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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해파리와 사랑
해파리와 사랑 장대성 슬플 일인가? 인터넷에 해파리를 검색했을 때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진보다 냉채가 먼저 나오는 게 이 집 해파리는 분명 먼 바다에서 왔을 거예요 식감이 기가 막혀요 그런 리뷰 한두 개도 아닌데 너는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다 해파리가 심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식탁에 젓가락을 내려 두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더는 이 쫄깃함을 즐기지 못하겠다고 해파리는 뇌도 눈도 입도 없어 생각하지 못하고 말하거나 보지도 못한대 책장에서 오래된 과학 서적을 꺼내 읽으며 너는 신중하다 미간에 주름이 흐른다 이해는 어디서 떠밀려오는 해초일까 그런데 너는 해변까지 밀려온 해파리를 밟고 으아악 소리 지른 적 있잖아? 묻고도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해파리도 사랑을 하나 거기에 적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