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기획 공개인터뷰_나는 왜 :자선시]찰흙 놀이 외 3편
[공개인터뷰_나는 왜] ● 손미 시인의 자선시 3편 찰흙 놀이 손미 흙을 만집니다 겨드랑이가 떨어집니다 엉덩이 옆에 겨드랑이가 있어도 됩니까 모든 것은 불확실합니다 좆도 모르는 것들에게 나는 악을 씁니다 귀가 없어집니다 심장을 파먹고 남은 건 떼어 창문을 틀어막았습니다 창문에 귀가 생깁니다 심장이 갈라지며 말라갑니다 흙을 두드립니다 맥박 같습니다 발이 하얘지면서 나는 다시 흙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눈과 귀가 떨어지고 입이 떨어지고 너는 내 말을 안 듣고 아무도 안 듣고 살에 대해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체가 녹아 있던 흙이었을까 이 가죽 속에서 짐승들이 울고 있습니다 피가 흐르는 흙을 누군가 부르고 있습니다 -2014. 9.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나는 왜 (제1회)]자선시: 환절기 외 2편
[기획특집_나는 왜(제1회)] 자선시 환절기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것을 먹지 못하는 당신 손을 잡고 시장을 세 바퀴나 돌다보면 살 만해지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내 습관이나 황도를 백도라고 말하는 당신의 착각도 조금 누그러들었다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 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 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공개인터뷰_나는 왜] ●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리시안셔스 성동혁 눈을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열고 정말 눈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도 미래가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온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왜 내가 잠든 후에 잠드는가 눈은 왜 내가 잠들어야 내리는 걸까 서랍을 안고 자면 여름에 접어 두었던 옷을 펴면 증오를 버리거나 부엌에 들어가 마른 싱크대에 물을 틀면 눈은 내게도 온전히 쌓일 수 있는 기체인가 당신은 내게도 머물 수 있는 기체인가 성에가 낀 유리창으로 향하는, 나의 침대 맡엔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내가 아주 희미해지면 누가 앉아 있을까 마지막 애인에겐 미안한 일이 많았다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 내가 나중에 아주 희박해진다면 내가 나중에 아주 희미해진다면 화병에 단 한 번 꽃을 꽂아 둘 수 있다면 바람 종이를 찢는 너의 자세 나는 기상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