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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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엑스 존
그리고 Ex-8에 근무를 시작하고 칠년 만에 처음으로, 머지않아 나도 자살 시행을 위한 심사청원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동안 막연히는 언젠가 나도 자살 시행자의 침대 위에 누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하지만 그날은 막연한 것이 아니었다. 확연했다. 내 일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너무도 확연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것이었다. 나는 엑스 존 제8구역 안의 내 방으로 들어가서 늘 그랬던 대로 컴퓨터로 서류를 확인한 뒤 출력했다. 오늘 내게 배당된 자살 시행자의 명단과 그들의 신상명세가 적혀 있는 서류였다. 오전에 한 사람, 오후에 두 사람이었다. “이런 것도 예감이란 건가, 참…….” 나는 서류 맨 아래에 적혀 있는 자살 시행자의 신상명세에 눈을 고정시킨 채 중얼거렸다.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가볍지 않은 현기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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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2014 문장청소년문학상대상_이야기글] 인신되기 프로젝트
그 아이는 내가 말 거는 것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저번의 자살 시도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나도 굳이 그 아이에게 왜 그랬느냐고 묻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 그 아이의 태도가 너무 비현실, 아니 초현실적이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말은, 그러니까, 그 아이가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으론 안 보였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그 아이가 학교로 돌아오는 데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아이는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주었지만, 그건 자살 동기에 대한 수없는 소문을 낳는 결과만을 초래했다. 나는 방과 후에 그 아이와 단둘이 되어서야 물어보았다. “또 목을 맸던 거야?” “아니, 아니야. 그게 너무, 지저분하더라고.” “...자세한 설명은 안 해 줘도 돼.” 알 만하다. 교살당한 사람들의 신체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라면 인터넷을 통해-분명 절반쯤은 괴담에 불과하겠지만 어쨌거나-충분히 들었으니까. 굳이 또 듣고 싶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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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한 줄기 빛
자살 여행의 도착지, 인생 여정의 ‘마지막 길’ 끝인 절벽에서 그들이 탔던 버스는 파도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만다. 하지만 거기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된다. 조수연(소설가) 201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글틴 웹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