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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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홀
홀 임주아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마음 한구석이 부서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끝없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이 부서지면 이상한 곳으로 질주할 것 같아 마음을 다 내놓을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커다란 구멍 속으로 사라져 뒤쫓아 통과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아 책장을 넘길 때가 있다. 누구에게도 화내고 싶지 않아 아주 먼 언덕으로 도망간 적 있다. 아무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언덕에서 굴러떨어진 적 있다. 떨어져 맨홀 속으로 들어간 적 있다. 뚜껑이 잘 닫히지 않아 다시 닫으러 올라간 적 있다. 어둠 기둥 속에 서서 끝없는 구멍을 내려다본 적 있다. 먼저 떨어뜨려 본 발바닥이 종잇장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본적 있다. 발 딛지 못한 곳에서 흐르는 물소리 들려온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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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김오순展
*김오순展 - 이모는 외출 중 임주아 “긍게 아부지가 내 승질을 알고 순하게 살아라 순할 순자를 지어 줬는개벼. 지금도 내가 승질이 나믄 물불을 모르자녀.” 1958년 전북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에서 아버지 김영철(1914년생)과 엄마 문수자(1930년생) 사이 4남 3녀 중 둘째이자 장녀로 태어났다. 1961년(4세) 남동생 김종덕이 태어났다. 1963년(6세) 여동생 김동순이 태어났다. 1965년(8세) 밭일 나간 어머니 대신 집안일하고 동생들 돌보느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버지는 도사처럼 하얀 도복 차림에 두건을 쓰고 상투를 틀고 다녔다. 동네 사람들이 ‘빗자루 부대’라 불렀다. 온 집안 식구가 단군을 섬기는 대종교 신앙이 깊었다. 1968년(11세) 남동생 김종열이 태어났다. 1970년(13세) 남동생 김종근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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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쾌의 여정
[에세이] 책쾌의 여정 우당탕탕 독립출판 북페어 기획자 도전기 임주아 뜻밖의 부재중 이름이 폰에 떠 있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S 팀장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일로 만난 공무원이 퇴근 시간을 넘어 전화 문자 콤보로 연락했다는 건 모종의 긴급 상황 아닌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목소리였다. “헉 제가요?” 요지는 전주에서 처음 독립출판박람회를 여는데 내가 총괄 기획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시기는 6~7월이라 했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기간도 기간이지만 독립출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총대를 메는 게 맞는지 주제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팀장은 전주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동료와 팀을 꾸리면 어떻겠냐며 인건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눈에 광이 돌았다. 단기간에 아이디어를 짜고 사람 모으고 경주마처럼 내달리는 일은 내 주특기 아니던가.